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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안전성 논란, 여전히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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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안전성 논란, 여전히 오락가락

입력
2013.12.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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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GM) 감자의 재배를 승인했던 유럽이 3년여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개발한 GM 감자 종인 암플로라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0년 3월 재배 승인한 것을 EU 일반법원이 13일 무효라고 판결한 것이다. 유럽의 오락가락 행보에 관련업계는 물론 과학계까지 혼란스럽다. 유럽뿐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GM을 둘러싸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GM에 대한 거부감이 좀처럼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기업은 돌연변이 육종으로 선회했다. GM 논쟁은 왜 계속 평행선일까. 그리고 돌연변이 육종은 GM보다 안전할까.

암플로라는 펄프나 접착제, 동물 사료 등에 쓰이는 특정 녹말을 많이 함유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감자 품종이다. GM 작물을 만들 때는 이처럼 원하는 기능을 갖게 만드는 유전자와 항생제 저항성(내성) 유전자를 대개 함께 넣는다. 작물이 자라는 동안 항생제를 처리해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들어간 작물만 선별하기 위해서다.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를 갖고 있는 작물은 항생제의 독성을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다.

암플로라에 대한 EU 집행위원회와 일반법원의 판단이 여기서 갈린다. 집행위원회는 2009년 유럽 식품의약국(EFSA)이 암플로라 속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인체나 환경에 안전하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이듬해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재배를 승인했다. 반면 일반법원은 암플로라의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세균으로 침투, 내성을 키워 인체나 환경에 해를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판단을 미루고 있는 회원국들의 반발을 반영해 이를 무효 판결했다.

GM을 둘러싼 논쟁이 수십 년 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GM의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인체나 환경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동식물의 몸에 들어가 유전정보를 변형시키거나 인체에 들어와 항생제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른바 ‘유전자 오염’ 논리와, GM 작물에서 항생제 유전자가 빠져 나올 수 있는 경로가 불명확하고 설사 나온다 해도 다른 생물의 몸에 들어가 살아남은 뒤 작동까지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대 논리가 아직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럽의 번복 직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는 GM 작물이 들어 있는 모든 식품에 GM 기술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반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일부 나라는 GM 기술을 수용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선 국립유전안전성협회가 자국 내 GM 작물 재배를 10년 동안 금지하자고 요구한 지 이틀 만에 2014년부터 GM 작물 재배가 허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빚어졌다.

이런 혼란 속에서 바스프나 듀폰 등 GM 기술을 개발해오던 기업들이 조용히 돌연변이 육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들린다. 방사선을 쪼이는 등의 방법으로 돌연변이 발생 비율을 높인 다음 교배시켜 후대에서 유용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발해 육성하는 기술이다.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 우려가 없는데다 전통 육종 방법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기술이라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시켜 무작위로 교배하는 돌연변이 육종이 유전자를 엄밀하게 통제할 수 있는 GM 기술보다 더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생명공학 기술로 생산된 작물 또는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관련 논의의 시발점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호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센터장은 “GM 작물의 안전한 국가 간 이동을 위한 국제조약인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 회의가 2014년 9월 말~10월 초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며 “각국 대표가 모여 관련 제도와 안전성에 대해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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