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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이 세상을 바꾼다] <하> 지구촌에 번진 식탁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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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이 세상을 바꾼다] <하> 지구촌에 번진 식탁 혁명

입력
2013.12.2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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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안은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자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과 가풍을 전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명예회장은 새벽 5시에 결혼한 자식들까지 집합시켜 아침을 함께 먹으며,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등한 자본"이라며 근면과 성실의 철학을 전수했다. 케네디 대통령도 아버지 조셉 케네디가 주도하는 아침 식탁에서 형제들과의 토론을 통해, 특유의 유창한 언변을 길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잇는 식생활교육 운동도 1차적으로는 위기의 한국 농업을 살리는 길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생활교육이 제 궤도에 오르면 환경보호, 국민건강, 배려문화의 확산이라는 3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27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과다한 영양섭취 ▦과도한 음식 쓰레기 등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1998년 26.3%이던 성인 비만율이 최근 31%까지 상승했고, 당뇨병 발병률도 96년 3.1%에서 2007년에는 9.5%까지 상승했다. 과도한 상차림으로 낭비되는 음식물이 연간 18조원에 달하며,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외국 농식품 수입액이 200억달러에 달한다.

식생활교육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런 막대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이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높은 농업 경쟁력을 갖춘 주요국들은 대부분 식생활 교육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1년부터 미각과 시각을 중요시하는 식생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입맛이 형성되기 이전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체험하게 하면 풍부한 감성과 올바른 인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농림부와 외교부, 환경부, 보건부 등 무려 14개 부처가 협력해 사업을 벌이는데, 모든 국민들에게 질 좋은 식품 공급망과 식품 정보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슬로푸드' 운동이 식생활 교육을 대표한다. 자국 음식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이탈리아 국민들은 1980년대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는 걸 보고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스쿨가든'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각 학교마다 마련된 학교 정원에서 스스로 먹을 거리를 재배해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한다.

미국도 농무부와 연방 보건부가 직접 나서 1980년부터 5년마다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과일, 채소, 저지방 우제품, 정제를 덜한 곡물 등의 섭취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스위스의 식생활교육은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올바른 패스트푸드 이용방법과 전통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방법을 알리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내년부터 식육교육(식생활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교육의 저변을 넓히는데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교육 효과를 세부적으로 측정해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수퍼 식생활교육 스쿨'을 만들어 식생활 교육이 학생들의 건강과 학력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정밀 검증할 계획인데, 50여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aT 식품기획팀 배민식 팀장은 "외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식탁 혁명을 위해서는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향후 식생활교육 대책 입안 과정에서 부처간 협업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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