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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한국의 송가' 테니스 정윤성, "호주 J오픈 우승하면 후원사도 생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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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한국의 송가' 테니스 정윤성, "호주 J오픈 우승하면 후원사도 생기겠죠"

입력
2013.12.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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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군. 1950년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군사 도시의 대명사로 통하던 곳이다. 한국대표 오지(奧地)중의 오지로 2009년 서울~춘천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편도 최소 5시간이 소요돼, 군 장병을 제외하고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했다. 지난 23일 양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군사 도시 특유의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연상돼 양구 행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러나 채 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칙칙한' 양구에 대한 이미지는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산(滿山)에 내려앉은 이국적인 설경(雪景) 때문만은 아니다. 읍내로 들어서자 각종 스포츠대회를 알리는 이정표가 즐비했다. '군사 도시 양구와 스포츠'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지만 전창범(60) 양구 군수는 "양구는 국토의 정중앙, 한반도의 배꼽부위에 해당하는 명당"이라며 "청정 무공해 지역 양구야말로 '굴뚝 없는 산업'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데 안성맞춤 장소"라고 말했다.

2013년 한국 주니어 테니스 최고수를 가리는 헤드컵 대회도 그 중의 하나다. 헤드컵은 남자부 우승상금이 700만원이다. 시니어대회를 포함해 국내 최고액을 자랑한다. 무대의 주인공은 정윤성(15ㆍ대곶중3)이었다. 불과 열흘 전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오렌지볼 테니스 16세부 단ㆍ복식 2관왕을 차지한 기세가 그대로 양구에서도 불을 뿜었다.

테니스인들 사이에 정윤성은 '미래의 블루칩', 혹은 '한국의 송가'로 불린다. 경기스타일이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를 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실제 서브를 넣는 폼이 송가와 매우 흡사하다.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과, 샷을 시원시원하게 구사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년 고교(안양 양명고) 진학 예정인 그는 현재 키가 176cm에 그치지만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180cm 후반까지 훌쩍 자랄 가능성이 커, 수년 내 체격 면에서 송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윤성은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서브를 모방했다. 페더러는 다리를 모으지 않고 서브를 넣더라. 하지만 나는 다리를 모은 상태서 서브를 구사해 파워가 더 살아 있다. 내 서브가 (페더러 보다)더 진화했다고 자부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윤성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라켓을 처음 잡았다. 사촌 형이 테니스 아카데미 코치로 있었던 영향이 컸다. 부모님은 내심 골프 쪽으로 희망했다. 아버지가 골프 세미프로 자격증을 갖고 있고, 어머니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정윤성의 운동신경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셈이다. 여기에 멘탈까지 최상급으로 좀처럼 코트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무기다. 문제는 부상이다. 그는 지난 11월 이덕희배에서 고관절부상을 당해, 준결승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허리가 불편했으나 집중력으로 극복했다.

올 시즌 주니어 랭킹을 57위까지 끌어올린 정윤성은 내년 1월 호주오픈 주니어 단식 챔피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오렌지볼 18세부 형들의 경기를 많이 봤다.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2년 동안 주니어 육성팀으로부터 경기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몸에 익혀, 외국 선수들을 만나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고 밝게 웃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호주오픈을 끝으로 주니어 육성팀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오픈을 통해 정윤성의 이름 석자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면 기업 후원도 자연스레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 같은 절박함은 후원사를 찾지 못한 주니어 선수 모두에게 해당한다. 강구건(18ㆍ안동고3), 홍성찬(16ㆍ횡성고1), 권순우(16ㆍ마포고1), 오찬영(15ㆍ동래중3)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프랑스오픈 주니어 단식 준우승자 정현(17ㆍ삼일공고2)과 이덕희(15ㆍ제천동중3)만이 스폰서가 있을 뿐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육성팀 소속으로 20여차례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주니어 육성팀 지원 예산이 연간 5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양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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