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000만 달러의 사나이 추신수(31ㆍ텍사스)의 성공에는 완벽한 아내의 내조가 있었다. 하원미 씨(31)가 곁에 없었다면 추신수의 성공도 없었다.
추신수와 하씨는 1982생 동갑내기다. 2002년 12월 소개팅으로 만났고, 나란히 첫 눈에 반해 불 같은 사랑을 했다. 추신수는 첫 만남에서 “무조건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하 씨는 “한 달 내내 붙어 다닌 것으로 모자라 집에 와서도 밤새 전화 통화를 했다”고 회상했다.
추신수는 당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부산고 재학 중이던 2000년 8월 계약금 137만 달러에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은 2005년이다. 가장 배고팠을 때, 돈이 없어서 월셋방을 전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것이다. 하 씨는 2003년 초 추신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첫 아들 무빈(8)이가 생기자 곧바로 혼인 신고를 했다.
하씨는 남편을 위해 한국에서 공수해 온 국산 콩으로 손수 두부를 만들었다. 몸에 좋다는 홍삼, 구운 통마늘 등으로는 남편의 건강을 관리했다. 하씨가 전문가에게 직접 스포츠 마사지를 배워 만삭의 몸에도 매일 밤 전신 마사지를 해 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첫 아이를 가진 자신은 늘 먹고 싶은 걸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남편의 몸만은 지극히 챙겼다. 추신수는 아직도 당시를 아내에게 가장 미안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씨는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추신수는 2010년 한 방송서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우울증이었다. 계속 울면서 지냈다”고 고백했다. 클리블랜드 시절인 2007년 9월 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며 큰 위기가 찾아오자 한국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하씨는 남편에게 용기를 줬다. 매일 옆에서 위로도 해줬다. 추신수는 후에 “힘든 시절 아내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2011년 5월 음주운전 파문을 견딜 수 있던 것도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사고를 친 뒤 설상가상으로 왼 엄지손가락 골절까지 당해 야구선수의 길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 다시 한 번 우울증이 찾아온 듯 보였다. 이 때도 하 씨는 싫은 소리 한 번 않고 묵묵히 남편을 응원했다. 두 아들 무빈, 건우(3), 막내 딸 소희(2) 와 함께 추신수를 믿고 기다려줬다.
결국 추신수는 아내에게 보답을 했다. 텍사스에서 7년간 1억 3,000만 달러(약 1,379억원)를 받는 메가톤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추신수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레인저스 볼파크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많은 팀을 고려했는데 텍사스가 정말 나와 가족들에게 꼭 맞는 팀이라고 생각했다”며 “여러 면에서 내게 마음이 와 닿았다. 가족들에겐 오랫동안 편안하게 사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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