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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쓴 대자보 철거… 표현 자유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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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쓴 대자보 철거… 표현 자유 침해 논란

입력
2013.12.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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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ㆍ고교에서 학생들이 써 붙인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떼 내는 것은 물론 해당 학생을 모욕하거나 징계까지 검토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일선 학교에 '대자보 주의' 공문을 보냈던 교육부는 논란이 커지자 "개별 학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등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27일 서울 개포동 개포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포고의 학생 대자보 철거와 관련해 "책임자는 사과문을 게시하고 징계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박모군은 지난 19일 오후 6시쯤 '개포고 학생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건물 외벽에 붙였다. 박군은 대자보에서 '우리는 항상 부정이나 비판은 '비뚤어진 태도'라고 배우며 '긍정'을 강요당했지만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다음날 오전 7시 20분쯤 대자보를 철거했고, 대자보를 돌려 받기 위해 교무실에 들른 박군에게 "저의가 뭐냐. 뜻이 맞는 사람을 모아 봉기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글씨를 왜 이리 못 썼냐"고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군은 23일 '학교의 대자보 철거와 이후 대응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어긋난다'는 내용의 유인물 600장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고, 학교 측은 다음날 박군의 부모를 불러 "박군을 30일 열리는 대선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알렸다.

개포고 생활인성지도부장 나모(50) 교사는 "박군에 대한 징계는 아직 검토 단계"라며 "박군이 교사에게 대드는 등 무례하게 행동하고 유인물에 허위 사실을 쓴 것이 징계 검토사유이지 대자보를 붙인 것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녕 대자보 공동대응위원회'는 이날 박군을 비롯해 같은 경험을 한 중ㆍ고생 3명 명의로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도하기는커녕 기본권 탄압을 조장하는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의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최근 광주의 한 고교생이 대자보를 붙이려다 학교로부터 제지와 면박을 당했고, 서울 노원구 한 여고 교장은 교문에 붙은 대자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8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관련, '학생들이 한쪽에 치우친 주장을 표출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지도하라'는 공문을 각 시ㆍ도 교육청에 보냈다. 교육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교육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자보가 편향됐는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는지는 각 학교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알바노조 활동가 박하루(23)씨는 "편향됐든 아니든 개인의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해서는 안 된다"며 "대자보 때문에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것도 지나친 편견"이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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