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쁜데 나랑 자고 싶지 않아?'
모 남성 아이돌 그룹의 열성 팬인 여중생 박모(14)양은 지난 여름 두 달 동안 '오빠'들에게 하루에도 10여개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냈다. 성관계를 하자는 등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메시지에는 다른 여중생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스스로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박양은 예쁜 여학생 사진과 자극적인 '섹스 어필'만이 짝사랑하는 오빠들의 관심을 얻는 방법이라 믿었다. 사진을 도용당한 여학생의 항의로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때까지 오빠들을 향한 박양의 구애는 계속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낯뜨거운 섹스 어필을 하는 10대들이 늘면서 사진 도용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피해자들 역시 10대들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가족 등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워 경찰 신고도 꺼리고 있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15)양은 병원서 두 달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진을 도용, 같은 학교 남학생에게 '널 좋아하는데 나랑 자고 싶으면 연락해'라는 트위터 메시지를 보낸 탓이다. 메시지에는 저속한 성적 표현과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도 담겨있었다. A양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상당수 학생들이 해당 메시지를 돌려본 뒤였다. 사진을 올린 학생을 찾아 메시지를 삭제했지만, A양은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대들의 SNS를 통한 과도한 섹스 어필 행위에 대해 은혁기 전주교대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이성에게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10대들의 욕구가 트위터의 익명성과 만나 변질된 것"이라 규정했다. 은 교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거짓정보를 활용해도 좋다는 도덕불감증과 외모지상주의도 아이들의 일탈에 한 몫 했다"며 "아이들이 SNS에 친숙해지기 전에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행위는 분명한 범죄행위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거짓정보를 통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사생활 침해이며, 사진의 당사자인 여학생이나 메시지를 받는 남성 모두를 성희롱 피해자로 만드는 범죄"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추가 피해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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