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주 조사한 최근 상황은 그 전 주보다 무려 6%포인트 떨어진 48%에 불과했다. 어찌 보면 능수버들 스쳐 가는 봄날의 실바람보다도 덧없는 게 지지율이다. 하지만, 집권 후 1년 동안 애써 일한 성적표가 지난 대선 득표율 51.6%조차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니 왠지 안쓰러운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지지율이 더 떨어진 적도 있었다. 취임 직후인 지난 3월엔 인사 파동과 정부조직 개편 문제가 뒤엉키면서 41%까지 곤두박질 쳤다. 취임 초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지지율이 모두 71%를 기록했고,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도 각각 60%, 52%를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차가운 여론 속에서 국정의 첫걸음을 뗀 셈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 보여준 확고한 소신과 원칙, 잇단 정상회담 성과를 딛고 취임 100일 무렵엔 70%에 이르는 지지율을 얻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 이래 중장년 이상 보수 연령층의 묵직한 지지를 기반으로 6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급락한 원인에 대해선 분석과 주장이 분분하다. 그 중 가장 널리 거론되는 문제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즉 불통(不通)이다.
사실 올 하반기 들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임명에서부터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임명에 이르는 일련의 인사는 여론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한 상태로 강행됨으로써 지나친 일방통행 아니냐는 우려를 샀다. 여기에 더해 철도노조 파업에 맞서 민주노총 사무실에 요란스럽게 경찰력을 투입시킨 일도 불통을 비난해온 이들에게 좋은 빌미가 됐다. 급기야 민주당은 최근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대여 공세의 핵심 키워드를 '불통'으로 잡는 데까지 이르렀다.
물론 대통령으로선 그런 비난을 무릅써야만 할 사정이 없지 않았다고 본다. 지난 1년 간 그나마 개혁을 착실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온 사방의 저항과 불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공정경제 하자면 당장 재계 전체가 나서서 아우성을 치고,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 내놓으면 즉각 온 나라의 노조가 들썩거리는 식이었던 것이다. 누구도 확실한 내편이 되어주기 어렵고, 누구나 저항하기 십상인 중도 개혁의 전선에서 대통령으로서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소신을 벼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앞으로 가겠다"는 말을 수 차례에 걸쳐 주문처럼 되풀이 했다. 아마 대통령이 바라보는 국민은 양보를 거부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재계나 일부 귀족노조도 아니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 없는 관료나 선거판에만 신경이 가 있는 정치꾼들도 아닌, 저 멀리에 있는 '정의로운 국민'일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원칙대로 하는 것을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대통령의 속마음과 각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나온 얘기라고 본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추진된 개혁과 정상화 과정에서 대통령의 '정의로운 국민' 중 상당수가 불가피하게 눈앞의 이해에 휘둘려 돌아섰다. 개혁에 공감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이해와 부딪치면 저항하는 게 국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뜻과 정책을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고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그 결과가 최근의 지지율 급락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일시적 인기에 연연하기 않으리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저 멀리에 있는 '정의로운 국민'만 의식하다 정작 '지금 여기에 있는 국민'의 지지를 잃는 일이 이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운영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보다 많은 국민을 납득시켜 대통령의 국민으로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해를 앞두고 대통령의 변화와, 청와대 정무ㆍ홍보 라인의 과감한 보완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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