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홍해와 사해를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 협정을 체결하자 이스라엘 측 협상 대표였던 실반 샬롬 에너지장관은 "역사적 합의"라고 치켜세웠다.
합의된 프로젝트의 골자는 두 가지. 그 중 핵심은 홍해가 만입된 요르단 아카바만(灣)에 담수화 시설을 세우고 요르단을 관통하는 길이 180㎞의 송수관을 통해 염분이 제거된 물은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공급하고 염분 농도가 높아진 나머지 물은 양국에 걸쳐 있는 염호(鹽湖) 사해로 보내 고갈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경제적, 역사적으로 소중한 자원인 사해를 살리고 역내 만성적 물부족도 완화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호수에 있는 물을 요르단 수도 암만과 팔레스타인에 싼 값에 공급하는 것이다.
당사국들의 자찬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사업의 간판 명분인 '사해 살리기'의 실효성을 의심한다. 요르단강에서 유입되는 수량 감소에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까지 줄면서 매년 1m씩 수심이 낮아지고 있는 사해를 보존하겠다며 무턱대고 소금물을 부었다가는 수심 유지는커녕 자칫 환경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의 표현에 따르면 "사해의 구세주를 자임했다가 안락사마저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지구 중동의 친구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스라엘 변호사 기든 브롬버그는 "사해 살리기 계획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사해의 고갈을 멈추려면 매년 20억톤의 물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번 계획은 적정량의 10% 수준인 2억톤을, 그것도 빨라야 2017년부터 투입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브롬버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본질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식수 공급 확대이고 사해 살리기는 원활한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동원된 친환경 사업이라는 외피"라고 지적했다.
독일 헬름홀츠환경연구센터의 수문(水文)지질학자 크리스티안 시버트 또한 프로젝트상 사해로 유입되는 수량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해로부터 오는 물은 밀도 차이 때문에 사해의 물과 충분히 섞이지 않고 층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시버트는 한발 나아가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했다. 담수화를 통해 생산되는 소금물은 화학물질에 오염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최악의 경우 사해가 미생물로 오염돼 석회질 지층이 악취를 풍기는 유해물질인 황화수소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 질환에 특효를 보려고 사해를 찾는 관광객들을 몰아낼 수 있는 재앙적 상황이다.
두 전문가는 슈피겔에 "사해를 구하고 싶다면 수원(水原)인 요르단강부터 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이 용수 확보를 위해 요르단강을 경쟁적으로 끌어다 쓰는 바람에 사해에 유입되는 수량이 급감한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롬버그는 "개천 수준으로 전락한 요르단강을 살리려면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현재 물 이용량의 3분의 1을 줄여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양국이 사해 호숫가에 세운 칼륨 공장의 생산량 감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 공장은 칼륨 생산을 위해 호수를 대량으로 증발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프로젝트가 애초 요르단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역내 안정을 도모하려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 사다드 아틸리 역시 "이번 합의는 근본적으로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맺어진 것이며 팔레스타인은 사해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낀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의 76%에 이르는 재정적자에 실질 실업률이 30%에 달하는 요르단은 아랍의 봄 이후 무슬림형제단, 좌파세력의 지속된 시위로 동요하고 있다. 미국의 중동 핵심 동맹국이자 이스라엘과 1994년 평화협정을 맺은 요르단 왕정의 위기는 아랍 적대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요르단의 정치컨설턴트 키르크 소웰은 "요르단이 무너지면 요르단에 정치ㆍ경제적으로 의존하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가 무너질 테고 이는 이스라엘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여러 이유로 요르단에 직접적으로 자금이나 원조 사업을 제공하기를 꺼리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맞춤한 요르단 지원책"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정략이 되레 역내 불안정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지도 모른다. 5억~10억달러로 추산되는 사업비 분담 문제가 특히 그렇다. 세 나라는 세계은행과 우호국의 융자를 받는 한편 사업성이 충분한 만큼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거액의 분담금을 출연해야 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가지지구의 한 싱크탱크는 "자금을 빌려줄 국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정부의 부채가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해 담수화 과정에서 오염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홍해 수자원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의 격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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