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얼마 전 스포츠어코드대회서 우승한 데 이어 올해 마지막 세계대회인 주강배서 또 중국을 꺾고 우승, 단체전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25일 중국 광저우 광저우기원에서 벌어진 제1회 주강배 결승전에서 박정환, 최철한, 강동윤으로 구성된 한국시드팀이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스웨로 구성된 중국시드팀을 물리치고 우승, 상금 200만위안(약 3억5,000만원)을 챙겼다.
이로써 한국 바둑이 2월 농심배, 3월 초상부동산배, 6월 실내무도아시안게임, 12월 스포츠어코드, 그리고 주강배까지 올 한 해 동안 단체전으로 진행된 세계대회를 완전 석권했다. 여자단체전인 황룡사쌍등배와 화정차업배도 우승했으니 이른바 단체전 '올 킬'이다.
그동안 메이저 세계대회 개인전(백령배, LG배, 응씨배, 춘란배, 몽백합배, 삼성화재배)에서 번번이 중국에 우승을 내줬던 아픔을 딛고 내년 시즌 힘찬 반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주강배 결승전은 세계대회 사상 처음으로 출전선수 3인이 함께 의논하면서 대국하는 '상담기' 방식을 택해 화제가 됐다. 상대방과 직접 얼굴을 마주 보면서 대국하는 게 아니라 서로 격리된 상태에서 인터넷대국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먼저 양 팀 선수 3명이 각각 진행요원들과 함께 서로 다른 방에 자리한다.
한 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다음 수를 결정해 바둑판에 놓으면 진행요원이 이를 보고 컴퓨터를 통해 상대팀에 전달한다. 상대팀 방에 있는 진행요원이 모니터에 찍힌 착점을 확인한 후 이를 그대로 바둑판에 옮기면 상대팀에서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계속 대국을 진행한다. 대국실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대국자들이 서로 자유롭게 착수에 관해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은 물론 대국 중에 음료와 간식도 먹을 수 있다.
한국은 당초 이번 대회에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이 출전키로 돼있었지만 이세돌이 KB리그 챔피언결정전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빠지고 강동윤이 대타로 출전했기 때문에 선수 전원이 올해 세계대회 우승자들로 구성된 중국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도장(권갑용도장)에서 함께 공부한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한국팀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찰떡 호흡'으로 초반부터 반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불과 157수만에 사상 초유의 상담기 대국에서 승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정환과 함께 예선대국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 판도 내주지 않고 전승을 거둔 한국팀의 맏형 최철한은 "올해 한국이 전반적으로 저조했는데 연말에 즐거운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한국 바둑이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준결승전에서 시드팀과 형제대결을 벌여 3, 4위전으로 밀려난 한국의 와일드카드팀(조훈현, 유창혁, 이창호)은 중국의 와일드카드팀(구리, 창하오, 쿵제)에 0대3으로 패해 4위를 차지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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