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내 산간지역 주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물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 생산비용은 높고 상수도관 노후화로 물은 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이를 교체할 예산이 없다. 그러는 사이, 땅 속 수도관은 녹슬어 가고 수돗물은 어디론가 줄줄 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정선군의 평균 수도요금은 ㎥(1톤)당 1,383.5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평균 수도요금이 가장 싼 경북 청송군 336.5원의 4배가 넘었다. 정선지역의 수도관 누수율은 48.4%로 강원지역 평균 22.4%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다.
가정용 평균 수도요금의 경우 영월이 ㎥당 930.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고, 태백이 807.8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취수원과 물 공급지역간의 거리가 멀고 물을 가두기 힘든 산간지역 특성상 생산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시ㆍ군은 원가 대비 낮은 공급 가격으로 발생하는 적자를 일반회계 등 자치단체 재정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매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지만 정작 예산배정은 더디게 이뤄지는 탓이다. 열악한 강원도의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태백시민 김원철(40)씨는 "몇 년 전 물이 부족한 난리를 겪고 나니 겨울철이 되면 걱정이 된다"며 "노후관로를 시급히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노후화된 상수관망 등 시설 교체가 더뎌져 주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마시는 데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상수도학회의 분석결과, 전국적으로 수돗물 누수로 인해 한해 5,2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하수도학회는 "심각한 수돗물 누수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도관 교체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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