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청자들의 눈길을 많이 끄는 제품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이다. 특히 전문가가 직접 나와 설명하면 채널을 돌리다 말고 멈칫하는 게 사람 심리다. 요즘 일부 홈쇼핑에 한의사가 출연해 광고하는 녹용 제품이 그래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의사가 광고한다고 해서 다 한약은 아니다. 홈쇼핑에 유통되는 녹용은 모두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이다. 약사법 제61조는 '누구든지 의약품이 아닌 것을 의학적 효능ㆍ효과 등이 있다고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거나 광고를 해서는 안 되며, 의약품과 유사하게 표시되거나 광고된 것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진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홈쇼핑에 나와서 식품인 녹용의 효능을 진단 없이 홍보하는 한의사의 행위는 약사법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녹용은 '식약공용품목'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한약재용과 식품용은 유통 과정이 전혀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한약재용 녹용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업체가 원료를 구매한 뒤 가공해 관능 검사, 정밀 검사, 잔류 오염물질 검사 같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원산지 표기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포장된 다음 한방의료기관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품용 녹용은 일반적인 식품과 같은 방식으로 유통된다. 의료용 녹용으로서 효능이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의사를 앞세워 식품 녹용이나 이를 넣어 만든 한약을 마치 진짜 한약처럼 오해할 수 있는 광고에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한의협은 강조했다.
일부 제품은 함유된 녹용이 '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산이면 몸에 더 좋을 거라고 여기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이사는 "국산 녹용 중엔 의약품으로 사용되지 않는 엘크의 뿔이 많아 대부분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인지 외국산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식 의약품으로 유통된 녹용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감초, 하수오, 구기자, 산수유 등 다른 식약공용품목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음식도 지나치거나 불필요하게 먹으면 해가 된다. 전문가가 나온 광고라도 그 속의 함정을 찾아낼 줄 아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져야겠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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