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정신장애인의 외침, 살려주세요! : 정신보건법 폐지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강제입원피해자 집단진정과 헌법소원 청구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비인권적인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를 촉구하고 보호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만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켜 한 개인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도록 한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한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제도의 폭력성은 너무나 심각하다. A씨는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일반인처럼 사회에서 너무나 잘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동네를 산책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아저씨 이리 와봐요"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응급환자이송 차량이 서 있었고, 그는 두려움에 도망쳤다. 그러자 응급환자이송단이 쫓아와 그의 목을 조르고 밧줄로 포박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을 시켰다. 백주 대낮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들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례를 보면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정신병원 직원 2명이 창문으로 무단 침입해 등 뒤로 수갑을 채우고 강제로 정신병원으로 이송해 강제 입원된 경우도 있었다. 또 미신고 시설에 거주하던 사람을 시설장이 "밥과 옷을 공짜로 준다"며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례도 있었다.
정신보건법 제24조에 의하면 보호자(의무자: 정신보건법에서는 보호자를 보호의무자로 부른다) 2명이 동의하고 정신과 전문의 1명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본인이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다. 정신병원에의 강제입원은 의료적인 관점에서 입원치료에 해당한다. 그러나 헌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인신을 일정한 장소에 가둔다는 점에서 인신구속에 해당한다. 죄를 범한 경우 공적 대변자인 검사가 사법기관인 법관에게 영장을 청구하고, 법관이 그 필요성과 정당성 여부를 심사해 결정하게 돼 있다. 하물며 범죄자도 아니고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정신장애인을 공적인 기관의 개입도 없이 사적 주체인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의사(본인을 입원시키는 병원 소속의 의사)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신을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신구속에 있어 법관의 영장이 필요한 헌법상 적법절차에 분명히 어긋나는 사안이다.
강제입원된 정신병원의 인권상황도 좋지 않다. 아이를 출산한 지 불과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산모를 침대에 묶어 대형 기저귀를 채워놓은 채 소변조차 마음대로 보지 못하게 한 상태로 40시간 이상 강박 조치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화장실과 샤워실에도 CCTV를 설치해 용변 및 샤워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노출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또 간병ㆍ주방ㆍ원예ㆍ세차 등 병원 정규직원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강제입원된 환자들에게 작업치료라는 명목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일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신보건시설에는 현재 8만여 명의 시민들이 감금되어 있으며,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멀쩡한 사람마저도 강제입원될 수 있는 구조이다. 정신장애인을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기관의 비율은 98%에 달하고, 정신장애인이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회복귀시설은 단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을 돌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해 가족들은 정신병원에 부모ㆍ형제ㆍ자식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러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에 대해 외면해왔다. 대다수 국민은 이 문제에 관해 무관심하고 침묵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정신장애인의 강제입원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침묵해는 안 된다. 정신장애인들은 "살려주세요!" 라고 우리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더 이상 맘대로 사람을 가두지 마라.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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