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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7일] 공교육에 적응 못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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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7일] 공교육에 적응 못 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2013.12.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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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입시 위주의 교육에 싫증을 느낀 우리 학부모들은 선진교육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내 조기유학의 열풍이 불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 러시를 이뤘다. 이때부터 유학생활, 유학비용, 외화유출, 가족해체 등의 문제가 '기러기아빠'라는 단어로 통칭되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되었으며, 이를 해소시킬 대안으로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국제학교 등이 국내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학교들이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부응하는 국제교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외국인학교는 초기의 설립목적이 국내 거주 외국인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이어서 입학자격이 까다롭다. 나머지 국제학교들도 제주영어교육도시나 인천, 대구 등의 경제자유구역 같은 특별한 도시에 한정되어있어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들다. 특히 이런 조기유학의 대안들은 자주 부정적인 얼굴로 언론에 등장하면서 교육정책의 민낯을 노출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들이 운영상의 문제와 고액 등록금, 학업중단 학생증가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또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부정입학시킨 사회 지도층 부모들도 논란이 됐고, 최근엔 캐나다 국외학교 형태를 띤 사설 학원들이 성업하다가 교육지원청에 적발돼 폐원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간단하다. 학부모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교육 정책은 너무 수동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의 느린 걸음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충돌하면서 삐걱대는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초중고 유학생 수는 2006년 2만9,511명에서 2011년에는 1만6,515명으로 대폭 줄었다. 유학을 갔다가 돌아오는 소위 '리터니'들도 연간 2만4,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의 다른 교육기관에서 조기유학 문제를 대체하고자 하는 대안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지고 그러한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찾기 시작하면서 공교육이 제공해온 틀로부터 급격한 이탈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인가 대안학교가 증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대안학교의 형태를 여러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겠지만,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인가학교와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나눌 수 있다.

현재 국내엔 185개의 비인가 대안교육시설에서 8,526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교회들이 종교교육을 통한 정서적인 안정과 함께 국제적인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공식 비인가 교육기관까지 합치면 대안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공교육에 적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적응이 어려운 학생들을 다 외국으로 쫓아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더 이상 부적응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공교육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모든 교육을 담아내려고 해선 안 된다.

미국 영국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진다. 특색있는 교육을 원하는 누구라도 커리큘럼을 만들어 교육관청에 간단한 신고절차만 거치면 어렵지 않게 학교가 되고, 심지어 학력을 인정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국형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여러 형태의 비인가 대안학교들을 무법의 교육기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 제도권 국제교육기관이 감당하지 못하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지 않는 교육정책은 하루속히 재정비하는 게 맞다.

이욱열 참좋은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ㆍ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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