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1년도 안된 박근혜 정부가 한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화근이 될 조짐을 보였다. 최근 남수단에 파견한 한빛부대는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발을 공급받았다. 이 사실은 실탄을 공급받기도 전에 일본 NHK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NHK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문제도 지적됐지만 자위대가 외국군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보도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무기수출이라는 금기가 풀렸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국정부는 공개하지 않아야 할 사실을 공개했다고 일본을 비판하고 유엔을 통한 공급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 했지만 되려 초기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거짓말을 한다는 의혹을 사고 일본 정부만 기세등등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어제 아베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이었다. 자위대의 평화적인 해외파병을 시작으로 재무장을 주장해왔고 실질적인 성과까지 얻은 아베 정부가 과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할 리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경거망동에 부채질을 해준 셈이다. 무능해도 보통 무능한 정부가 아니다. 이를 빌미로 일본은 신군국주의로 나아갈 조짐을 보인다. 이 정부는 국제사회에 일본 재무장이라는 화근덩어리를 키워주는 화근덩어리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무능해서 국제사회의 화근까지 될 조짐은 예정돼 있었다. 부도덕한 관료를 기용하고 국정원 국방부 경찰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을 은폐하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수사를 미적대면서 부도덕과 불법을 명백하게 감싼 정부이다. 부도덕과 불법은 무능을 동반한다. 내 편 들기에 치중하면 기초적인 원칙과 기준도 지킬 수 없다. 기준을 잃은 조직이 유능할 수 없다.
철도파업에도 정부의 거짓말이 암초이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고속철도(KTX) 노선을 독립법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철도민영화의 첫걸음이라며 파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기 위해서일 뿐 민영화가 아닌데 왜 못 믿느냐고 대통령까지 말했다. 왜 못 믿겠는가. 거짓말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거짓말은 접어두고 수서발 KTX 법인 자체만 봐도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철도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는데 그 증거로 나오는 과도한 적자는 철도노동자의 높은 임금이나 철도노선의 인력중복 책임도 있겠지만 용산개발산업이 실패한데다 인천공항철도 부실을 떠안은 책임이 크다. KTX 설치 부채도 코레일이 도맡았다. 사회기간망 건설 비용은 코레일이 떠맡고 그 중 수익 노선을 분리해서 경영에 경쟁력을 도입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서라면 서울에서도 강남 인구가 주요고객이다. KTX 노선 가운데 수익이 날 확률이 가장 높다. 정부안에 따라 코레일의 지분이 점차 늘어난다고 해도 코레일에 속할 때만큼 코레일의 적자를 줄여주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수익 부분을 분리할수록 코레일 자체의 적자는 늘어난다. 경쟁력 강화를 한답시고 전기산업에서 발전과 공급을 분리한 한전 사례만 봐도 분명하다. 원자력 발전을 전담하는 한수원은 매년 수백억원의 흑자를 보지만 공급사인 한전으로 고스란히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수원 자체의 경영은 경쟁력이 있는가. 23기 원자로 가운데 6기가 가동을 못하는, 역대 최악이다. 그게 다 임직원이 뇌물 받고 쓴 싸구려 부품 때문이다. 방만하고 부패한 한수원의 흑자를 한전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더 인상해야 한다. 수익성 있는 철도노선을 잘라서 팔 경우 똑 같은 일이 철도에서 일어난다.
FTA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철도 노선을 분할해서 독립시킬 경우 외국 회사의 참여를 반대할 명분도 사라진다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부문을 민간에 개방한다고 굳이 프랑스에 가서 처음 밝힌 이유가 드러나는 셈이다. 이래도 외국계 회사의 참여가 보장된 민영화의 수순이 아니라고 잡아 뗄 수 있을까.
일단 노조와 정부의 대화 재개는 환영한다. 대화의 기본도, 정부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도 정직이라는 점은 인식하기 바란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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