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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2월 27일] 한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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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2월 27일] 한국 경제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3.12.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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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그들은 들고 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루카복음 4장)

이틀 전(25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도 환영 받지 못한 곳이 있었다. 고향 나사렛이었다. 구원 사업을 시작한 예수가 나사렛을 찾아 강론하자, 이웃 목수집 아들이던 예수의 변신을 깨닫지 못한 고향 사람들이 난동을 부렸다. 오죽하면 예수조차 "예언자도 고향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할 정도였다.

예수 수난을 얘기한 건 나사렛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2013년 한국인들이 인정하기 어려운 진실을 얘기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한국인들은 '경기가 최악이다', '왜 이리 점점 살기 힘드냐', '일본은 경제를 살리려고 적극적인데, 우리는 뭐냐'라는 푸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가 보여주는 진실은 다르다.

저성장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은 34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세 번째로 높다. OECD에 따르면 3분기말 현재 한국 경제의 분기별 성장률 합계치는 3.01%다. 아이슬랜드(4.05%)와 터키(3.52%)만 우리를 앞설 뿐이다.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낸 일본의 성장률은 2.47%, 미국은 1.78%에 그쳤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1997년 이후 15년 가까이 따라 붙었던 '전과자' 이력을 사면 받았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은 '외환위기 경험국'이란 낙인이 찍혀 있었다. 5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시장이 요동칠 때까지만 해도 외신들은 한국을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았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안전지대'로 꼽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빠져 나온 달러가 한국으로 몰려 들었다.

'아흔 아홉 가지 잘한 것보다 한 가지 못한 걸' 비판하는 언론과 그 어느 나라보다 기대 수준 높은 국민 탓에 욕을 먹어 왔지만,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살얼음 판을 걸으면서도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적극적인 부동산 과열 억제 대책으로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한국을 비켜가게 했다. 또 핵심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킨 것도 노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즈니스맨 출신 특유의 유연한 대응으로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주범', '22조원 낭비한 4대강의 주범'이란 비난을 받지만,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시대적 사명은 이행한 셈이다.

'영혼 없는 집단'으로 통하는 경제 관료들도 당대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한국 경제가 위기의 순간을 넘기는데 기여했고, 연방 정부를 멈추게 한 미국과 비교하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도 민생과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편이다. 물론 '만유인력 법칙'의 발견자 아이작 뉴턴이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얘기한 것처럼, 한국 경제의 성과는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한 대한민국 보통 사람의 어깨에서 비롯됐다.

철도 파업, 공기업 개혁, 정치권의 극단적 의견 대립, 북한의 위협적 언동으로 계사년(癸巳年) 연말도 혼란스럽다. 국민들의 걱정이 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거둔 성적표에 담긴 희망을 찾아보자. 잡음만 만들어 내는 것 같은 지금의 혼란이 '만든 지 오래된 제도'를 고치기 위한 '창조적 파괴'의 필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고요한 조직은 죽은 조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가올 갑오년(甲午年)에도 지구촌의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달려갈 우리 한국인 모두에게 인사 드린다. "2013년 한해, 열심히 또 자랑스럽게 일하셨습니다."

조철환 경제부차장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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