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로펌 변호사가 제3자를 내세워 주가 조작을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수사 착수 2년이 지나도록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5일 사건 관계자들과 사정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2년 전 코스닥 상장회사 A사의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주범과 종범이 바뀌었다는 첩보가 대검 범죄정보 요원에게 들어왔다.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주범으로 알려진 박모(46)씨는 2009년에 검찰 수사가 마무리돼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 수사결과 주가 조작은 2007년 3~4월 서울 여의도와 역삼동에서 이뤄졌다. K변호사의 지인인 박씨는 가장 매매와 고가 주문 등으로 4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이 금융당국과 검찰에 적발돼 2009년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원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는 박씨가 K변호사의 사무실에 들어가 K변호사가 A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내부 검토자료를 몰래 훔쳐보고 자신의 친인척 6명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혼자 주가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K변호사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조달한 돈으로 주가 조작을 시도하다 적발된 단독 범행으로 결론 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A사 주식 매매에 동원한 자금이 K변호사 측에서 나왔고 K변호사가 박씨의 벌금 4억원을 대납해 준 사실을 확인하고 2011년 12월 K변호사의 연루 여부에 대해 재수사에 들어갔다. 특히 K변호사의 지인이자 교육부 공무원 출신인 김모씨가 주가 조작이 이뤄진 사무실에 박씨와 함께 머물렀던 정황을 새롭게 포착하고 박씨와 김씨, K변호사 간 관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박씨는 당시 동일한 IP(인터넷 주소)에서 주식을 사고 팔고 해 증권사로부터 경고 전화를 받을 정도로 주식 초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K변호사가 A사 주식을 매입하라고 김씨에게 지시하면 김씨가 다시 내게 알려줬다"며 "직접 지시를 받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모르지만 김씨가 매일 주식매매 상황을 K변호사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씨 진술의 요지는 자신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주식매매를 하게 된 출발점이 K변호사라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재수사 초기 김씨를 2,3차례 불러 조사를 마쳤다.
K변호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주식 매입에 투입된 자금이 내 돈은 맞지만 당시 차명거래는 관행이었다"며 "A사 지분을 늘릴 필요가 있어 주식을 매입하라고 했을 뿐 주가 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K변호사는 "이번 수사는 나와 사이가 벌어진 처남이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주가 조작에 사용된 돈이 K변호사 측에서 나온 만큼 K변호사가 이를 몰랐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사법처리 대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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