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환자 폭행한 것을 보면 무섭다. 법을 악용하는 병원과 의사들이 넘쳐날 것 같다. 응급실에서 의사, 간호사의 불친절함을 경험한 나로서는 찬성할 수가 없다. 불친절에 대한 항의가 협박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은 옷깃만 스쳐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된다. ('진료 중인 의사 폭행하면 가중처벌 어떻게 생각하세요?'에 대한 'annaeus'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면 폭행 당사자뿐 아니라 그 의사에게 진료받는 다른 환자까지 피해를 입어 의사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보장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2년 전 한 치과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등 일부 품행이 바르지 못한 환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안전한 진료환경의 보장이라는 당위성과는 별개로 입법 과정에 있어서는 환자의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는지 혹은 입법으로 인한 실제 예방효과가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환자단체나 시민단체들도 의료진에 대한 폭행이나 폭언이 상대적으로 잦은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의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안처럼 '환자를 진료, 간호 또는 조산하는 의료'행위를 모두 보호대상으로 포괄하는 것은 사정이 다릅니다. 의사ㆍ간호사들의 고압적이거나 불친절한 행위까지도 모두 면죄부를 줄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가령 환자나 가족의 입장에서는, 의료진이 고가의 진료비가 드는 진료, 과잉 진료나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처방을 내릴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만, 의료진이 이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환자와 의사 간에는 정보가 극단적으로 비대칭적이라 이런 행위조차'협박'으로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많은 환자들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과연 의료행위에 대한 방해만을 가중처벌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가중처벌을 허용하는 제도는 버스운전에 대한 폭행이 유일합니다. 가령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안전을 관리하는 다른 직업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의사단체는 "환자들의 위협이나 폭행이 빈번하고, 의사들이 위협 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환자들은"의료진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불친절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의사와 일부 환자의 문제겠지만, 입법과정에서의 논란은 결국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 부족, 이해 부족 때문에 빚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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