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스스로 작아졌고 가난해졌으며 취약해졌다”
교황 첫 성탄 미사 집전
프란치스코(77) 교황이 3월 즉위한 뒤 처음 맞은 성탄전야 미사에서 “어둠이 감싼 세상 속에서도 두려워 말라”고 말했다.
교황은 24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쯤 아기예수상을 두 손에 안고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으로 들어서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아들을 보내 어둠 속에 빛이 되게 하셨다”며 “주님께서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듯 나 또한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말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예수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서의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라는 구절로 미사를 시작한 뒤 시종일관 사랑과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마음이 닫히고 자만심, 기만, 이기주의에 사로잡히면 어둠에 떨어지게 되고 반대로 하느님과 형제·자매를 사랑하면 빛 속을 걷게 된다”고 말했다. 또 “주님은 거대하지만 스스로 작아졌고 부유하지만 스스로 가난해졌으며 전능하지만 스스로 취약해졌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한 뒤 “예수님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며 우리의 평화”라며 성탄을 축하했다. 이날 미사에는 사제 300명을 포함해 수 천명의 신자가 참여했다.
교황은 앞서 23일 교황청 라디오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주님을 통해 마련된 곳이 있는가 아니면 단지 파티와 쇼핑을 위한 곳만 있는가”라며 성탄의 의미를 물은 뒤 “쇼핑과 파티를 하기 보다 하느님 앞에 우리의 영혼을 개방하자”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크리스마스에는 온갖 소리가 가득하지만 사랑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침묵의 공간을 갖는 것이 좋다’는 글을 남겼다.
교황은 25일 정오 성 베드로 광장이 보이는 발코니에서 전통적으로 성탄을 맞아 발표하는 강복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상에)’를 낭독했다.
한편 미국 가톨릭 신자 사이에서 교황에 대한 인기도가 고공행진을 구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CNN방송은 이날 CNN-ORC 공동 설문조사 결과, 미국 가톨릭 신자의 88%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85% 이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너무 진보적이지도, 너무 보수적이지도 않다”고 답했으며, 86%가 “교황은 현대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CNN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지율이 하늘을 찌른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재 미국인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종교인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앞서 교황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미국 동성애 잡지 애드보케이트로부터 나란히 ‘올해의 인물’로 선정돼, 미국 내 그의 인기를 증명해 보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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