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소위가 창조경제, 정부3.0 프로젝트, 4대악 근절 등 이른바 박근혜 표 국정과제 예산을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창조경제 기반구축 45억원,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500억원, 정보공유 활성화를 위한 공공데이터 개방 182억원과 정부3.0 지원 5억원, 4대악사범 단속 46억원은 삭감 없이 통과시키기로 했다. 일자리창출 지원 227억원은 원안대로, 취업성공패키지 관련 예산 2,246억원은 상임위 삭감 74억원만 반영해 처리키로 했다.
내용을 떠나 사사건건 대립만 하던 여야가 모처럼 의견을 모았다는 모양만으로도 긍정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중복과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기회조차 막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더욱이 어제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가 새해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안을 서로 주고받는 '빅딜'의 결과로 보인다. 빅딜이 정파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나쁜 거래라면 문제지만, 여야가 상대에게 절실한 현안들의 처리에 서로 협조하는 것은 실종된 대화와 타협의 복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으로 문제된 국가보훈처의 안보교육 예산, 군 사이버사령부의 관련 예산, 정치적 논란거리인 새마을운동 예산 등이 대표적이다. 여야가 논의를 계속하겠지만, 일단 지난 대선에서 문제됐던 분야의 예산은 삭감 내지는 축소 조정하는 게 타당하다. 만약 여당이 이들 예산의 원안 유지를 고집한다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어렵게 합의된 국정과제 예산의 원안 통과는 물론, 30일까지 처리를 약속한 여야 지도부의 합의도 무의미한 선언에 그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1년 내내 대립만 하던 여야가 올해의 대미를 예산안과 국정원 개혁법안의 원만한 합의 처리로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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