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 두텁게 안정돼서 흑도 이제는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김승재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하변에서부터 새로운 전단을 찾아 나섰다.
1, 3 때 이세돌이 4로 응수한 게 얼핏 생각하기 어려운 임기응변의 호착이다. 흔히 이런 형태서는 1로 내려서는 게 보통이지만 그러면 2를 선수 한 다음 4로 호구 쳐서 백 한 점을 제압하는 게 안성맞춤이어서 흑이 대만족이다. 그렇다고 1로 꽉 이을 수도 없다. 흑이 2로 하변을 지킨 다음에도 계속 A의 단점이 남아서 백이 기분 나쁘다. 그래서 이세돌이 아예 4로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약점부터 확실히 지킨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흑도 다음 착점이 마땅치 않다. 나 는 백의 응수에 따라 흑의 다음 수가 저절로 결정됐는데 실전에서는 7로 평범하게 두 칸 벌리는 정도다. 이제부터는 이세돌이 힘을 낼 차례다. 8, 10 다음 12로 2선으로 붙인 게 응수타진을 겸한 타개의 맥점이다. 흑에게 A와 B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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