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눈발과 바람, 꽁꽁 얼어붙은 땅. 겨울이면 모든 사물이 웅크리기 마련. 그러나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있듯 겨울에 먹어야 제맛인 음식도 있다. 만두는 따끈따끈하고 속이 꽉 찬 겨울 별미다. KBS 은 26일 저녁 7시 30분에 ‘뜨거운 겨울을 품다! 만두’를 방송한다.
대한민국에서 겨울이 가장 빨리 찾아와 가장 늦게 물러가는 곳 강원도. 그곳에서 만두는 투박하게 빚어지지만 항아리 안에 차곡차곡 쌓여 겨우내 든든한 한끼를 보장하는 겨울 음식이었다. 풀어질까 수수 잎에 싸고, 굳을까 들기름을 발라가며 오롯이 어머니의 정성과 지혜로 빚어낸 귀리채 만두와 메밀채 만두에는 구수함이 더해진다. 섣달 그믐날, 무사히 한 해를 마무리하게 해 준 조상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빚어 지내는 강원도의 만두 제사를 소개한다.
쌀의 고장 경기도 이천에서는 정월 열나흗날이면 마을 사람이 둘러 앉아 쌀가마니를 닮은 만두를 빚곤 한다. 큰 가마니에 작은 가마니 여러 개를 넣어 하나로 감싸 안은 볏섬 만두에서 복주머니 안에 복을 담듯 만두에 복을 담아 풍년을 기원하는 우리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저마다의 소망을 가득 채워 넣고 서로의 부족함을 피로 감싸 안아 빚어내는 만두는 우리의 바람을 채워 줄 복주머니가 아닐까?
밀가루가 부족한 시절, 밀가루를 대신할 다양한 만두피가 발달해 온 우리나라의 만두.
버릴 것 하나 없는 명태는 만두의 피가 되고 소가 되었고, 담백한 만두에 꼭 어울리는 짝꿍 같은 김치의 재료도 되었다. 쌀마저 귀하던 강원도 어촌마을에서 만나는 만둣국에서는 수수전을 지져 넣어 쌀떡을 대신하던 선조들의 기지가 엿볼 수 있다. 양미리를 통째로 넣어 푸짐하게 끓여낸 어부들의 만둣국부터 임금님 상에 오르던 어만두까지, 부족함을 다양함으로 승화시킨 각양각색의 만두를 소개한다.
강원도 영월은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산골. 하지만 맛있는 만두를 완성해 줄 재료가 지천이다. 자연이 품은 약초는 만두에 깊은 향을 더하고,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묵은지는 넉넉히 만두소를 감싸 안는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만두를 빚는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이 만두 모양에 묻어난다. 누군가 외로운 이는 만두가 전해주는 따끈한 한입의 추억을 모른다고 했던가.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빚어지는 그 온기가 만두에 묻어나서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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