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제도특검으로 상설특검 문제에 의견 접근을 보인 것은 민주당이 한발 양보한 덕분이다. 당초 민주당은 상설 기구특검을 주장하다 새누리당의 제도특검을 받아들인 모양새다. 하지만 상설 기구특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감안하면 애초부터 기구특검은 협상을 위한 카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제도특검을 둘러싸고도 특검 발동 요건 등에는 여야 견해가 여전히 엇갈려 연내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여야의 상설특검 논의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신설해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비리를 조사·고발토록 하고, 이를 상설특검을 만들어 수사하도록 하는 검찰 개혁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여야가 상반기 입법화를 목표로 국회 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따로 가동했지만 좀체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상시적인 특검법을 제정한 뒤 정치적 의혹이 있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특검을 임명해 수사토록 하는 제도특검을, 민주당은 임기가 보장된 특검직을 미리 임명하고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갖춰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구특검을 설치하자고 맞섰기 때문이다.
기구특검이 상시 조직이라면 제도특검은 현재 특검 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비상시 특검이다. 민주당은 상시적으로 여권을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기구특검을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그만큼의 부담으로 인해 제도특검을 선호한 것이다.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이러다 검찰개혁 입법이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수위를 낮춘 제도특검을 수용하면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를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구특검은 애당초 고비용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설명은 일종의 생색내기 성격도 없지 않다. 기구특검은 특별 검찰이라는 사실상의 별도 기관을 설치하는 것으로 특검 수사가 연중 잇따르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낭비 요소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 엄벌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다 비현실적인 기구특검을 포기하고 현실적인 제도특검을 수용한 셈이다.
물론 입법화까지 쟁점사항은 아직 남아있다. 특검 가동 요건에 대해 민주당은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의결로 문턱을 낮추자는 주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재적의원 2분의 1이상으로 의결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법사위 소속 검찰 출신 의원들은 상설특검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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