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이코리아는 최근 '수도관 얼지 않게 하는 방법' '수도관 얼었을 때 응급조치 하는 방법' 등 2개의 동영상을 만들어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고객들에게 이 동영상 파일 주소(URL)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주기 시작했다. 동영상은 ▲수도꼭지 틀어 얼었나 확인 ▲헌 옷, 수건으로 배관 감싸기 ▲헤어 드라이기로 언 배관 녹이기 등을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수도관이 언 것은 수도관의 문제이지, 보일러와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보일러 회사가 동영상까지 정성스레 만든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서봉균 린나이코리아 고객관리(CS)본부 과장은 "한파가 며칠씩 이어지면 고객 콜 센터에 걸려오는 전화 10통 중 8통은 수도관이 얼었다는 내용"이라며 "보일러 문제는 아닐지라도 고객이 추운 날씨에 떨면서 따뜻한 물을 못 쓰는 불편을 겪는 건 도와야 하는데 말로는 한계가 있어 고객이 직접 눈으로 보고 조치할 수 있게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1996년부터 업계에서 처음 겨울철(11월~2월)에 콜 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콜 센터엔 겨울이면 하루 평균 1만8,000통, 많을 때는 2만5,000통 가까이 전화가 온다. 이쯤 되면 콜 센터 직원은 '언 수도관 녹이기 달인'이 된다. 경력 13년차 고진유 선임상담사는 "고객들이 추위가 주는 불편함과 두려움 속에서 예민해 있기 때문에 1초라도 빨리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린나이는 상담사 연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겨울 동안 '보일러, 온수기 문제면 1번을 눌러달라'는 멘트를 넣고, 업계에서 가장 많은 170명 이상의 상담사를 운영하고 있다.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상담사 연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0초. 수리비 등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자동녹음내용이 30초 정도이니 실제는 10초 남짓이었다.
이들에게 겨울은 긴장의 연속이다. 고 상담사는 "눈이 많이 내리면 현장기사들 이동 시간도 길어져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기에 눈이 오는 지 시시각각 체크"한다며 "눈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선임상담사는 "10년 넘게 겨울 휴가는 꿈도 못 꿨다"며 "몇 년 전 설 명절에 수도관 동파 사고가 속출해 상담사들이 차례상 차리다 뛰어온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겨울 전쟁'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상담사들은 여름마다 만반의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인천 공장에서 전문 기사들로부터 새 제품의 특징을 배우고, 현장 기사와 함께 직접 고객들 집에 들러 보일러 위치나 배관 연결 상황 등을 살핀다. 정인식 콜센터 팀장은 "현장 근무를 10년 이상한 기술사들도 옆에 있지만 고객을 처음 접한 상담사들이 잘 설명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몇몇 새 아파트는 보일러 배관이 보기 밉다며 세탁기나 칸막이로 가리는데 수시 점검이 쉽지 않고 수리도 몇 배나 어렵다"고 말했다.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는 정성 때문인지 린나이코리아 콜 센터는 최근 한국표준협회의 '콜 센터 품질지수(KS-CQI)'에서 가정용 보일러 부문 1위에 올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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