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쟁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 때문에 기업들은 돈과 시간, 아이디어를 쏟아 부으며 신기술 신제품을 만들어냈다.
과연 2013년 산업전쟁의 흐름은 어땠을 까. 지난 1년간의 기술ㆍ제품 트렌드를 한 글자의 한자로 압축해 정리해보면, 규격의 고정관념을 깨는 극(極), 휨의 혁명으로 표현되는 곡(曲), 서로 다른 영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合)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흐름은 201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위니아만도는 940리터 용량의 프라우드 양문형 냉장고를 내놓으며 '용량 신기록'을 세웠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900리터짜리 지펠 양문형 냉장고를 선보이며 '900리터 시대'를 열자마자 LG전자가 곧바로 910리터 디오스 냉장고로 맞불을 놓더니 위니아만도는 두 걸음 더 나아갔다. 하지만 이 거대 냉장고도 용량경쟁의 '종결자'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젠 기술적 한계치인 '1000리터 냉장고'를 누가 먼저 깰 지에 관심을 모아지고 있다.
정수기 업계 라이벌인 코웨이와 교원웰스는 지난 9월 초슬림 정수기를 내놓았다. 가로 길이가 A4용지보다 짧은 30cm 미만의 정수기였다. '이걸 대체 누가 살까'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주방이나 사무실 어디에서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둘 제품 모두 출시 일주일 만에 1만대 가까이 팔릴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한 해 업계에서는 크기와 무게 경쟁이 점입가경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더 크고 더 무겁게' 경쟁은 아니었다. 한편에선 '더 작고 더 가볍게' 경쟁 역시 뜨거웠다. 어느 쪽이든 종래의 고정관념이나 한계를 넘어 극(極)을 향해 달려가는 양상이다.
가장 불꽃 튀는 곳은 TV다. 화면을 크게 해 보는 즐거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 따라, 업체간 '크게'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독일 세계가전전시회(IFA)에서 65인치 곡면 OLED TV를 내놓자 마자 바로 다음날 LG전자가 77인치 UHD 곡면 OLED TV를 선보였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TV중 제일 큰 화면은 삼성의 85인치 UHD TV이다.
세탁기는 '더 작게' 경쟁이 치열하다. 3㎏ 용량의 벽걸이 세탁기 '미니'를 생산하고 있는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생산 라인을 늘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2002년 출시한 삶음 전문 세탁기 '아가사랑'의 상품성 개선 모델인 '아가사랑 플러스'를, LG전자는 4월 미니 드럼세탁기 '꼬망스'를 내놓으며 소형 세탁기 시장에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비중이 24%에 이를 정도로 늘고 있어 적은 양을 제 때 빠는 게 효율적이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작아지는 대신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제품이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면 크기 0.1인치 키우기 경쟁을 펼치는 스마트폰 업계나 커지는 스마트폰에 맞서기 위해 10g이라도 가볍게 하려는 디지털카메라 업계 역시 크기 대결에서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업계는 가볍게 만들기 경쟁이 치열한데,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 배기량은 줄이면서도 기존 엔진 이상의 출력을 내거나, 기존 모델과 같은 크기지만 무게를 줄여서 같은 연료로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1.6리터짜리 엔진을 얹은 'SM5 TCE 모델'을 출시했다. 배기량 1.6리터는 SM3나 현대차 아반떼, i30 등에 장착되는 크기의 엔진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중형SM5에 준중형 SM3급에 들어가는 엔진을 달았지만 190마력으로 기존 모델(141마력)보다 힘도 세고, 리터당 연비도 13.0㎞로 기존 SM5(12.6㎞)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은 결국 틈새 시장을 찾는 것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찾는 일"이라며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 하는 만큼 기존 한계를 넘어 극을 향한 기업들의 도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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