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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몰래 산타 1012명, 봉사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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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몰래 산타 1012명, 봉사 대작전!

입력
2013.12.2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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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림아, 세은아, 메리 크리스마스."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멎지 않는 난치성 희귀병(비스코트-올드리치증후군)을 앓는 세림(10)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곱명이나 되는 산타들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밤 서울 휘경동 세림이네 집에 깜짝 방문해서다.

빨간 산타모를 쓴 20대 형과 누나들은 흥겹게 캐럴을 부르며 율동을 곁들이더니 한 손에서 다른 손으로 불빛이 움직이는 마술도 선보였다. 세림이는 평소 갖고 싶었지만 차마 엄마에게 사달라곤 말 못했던 '레고' 장난감 선물을 받자 아픔이 싹 가신 듯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동생 세은(9)이도 줄곧 안고 자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곰인형을 품에 안았다. 케이크까지 받은 세림이네는 크리스마스 파티장 같았다. 서울 잠원동에서 작은 화원을 운영하며 병원비도 감당하기 벅찼던 세림이네에겐 낯선 장면이었다.

산타 할아버지 역을 맡은 민경환(24ㆍ경희대 언론정보학과 2년)씨는 "세림이는 새해엔 더 씩씩할 테니까, 세은이는 올해 설거지도 척척하고 엄마 일 도왔으니까 선물을 주는 거야"라며 아이들을 감싸 안았다.

민씨 등 산타들은 세림이네에 이어 중증지체장애를 앓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일곱살배기 주영이네를 찾아 인형을 선물하는 등 5곳의 가정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웃었다.

이에 앞서 이들을 포함한 1,012명의 산타들이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성탄절을 상징하는 '빨간 물결'을 이뤘다. 이들은 한국청소년재단 등이 주최한 '2013 몰래 산타 대작전' 출정식에 참여해 막대풍선을 힘껏 불어 꽃과 동물 모양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보일 마술이 손에 익도록 맹연습했다. 산타 할아버지 역을 완벽히 소화하려 목청을 가다듬는 산타들도 눈길을 끌었다. 8년째 산타로 참여하며 초보 산타들에게 산타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법을 전하는 회사원 김예창(36)씨는 "요즘 아이들이 거의 산타의 존재를 안 믿긴 하지만 제법 그럴 듯 하게 해야 서로 즐겁잖아요"라고 말했다. 산타들은 1시간여 동안 이벤트를 준비해 최종점검한 뒤 기초수급자ㆍ한부모가정 등 700곳을 찾아 1,004명의 소외계층 아이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안겨주었다. 이 아이들은 청소년재단 등이 지난달 각 구청에 부탁해 사전 선별됐다.

올해 처음 산타모를 쓰고 아이들을 만난 정소영(25ㆍ여)씨는 "으레 해온 송년모임보다 친구들과 연말에 따스한 추억을 나누려 동참했는데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했다"며 "내년에도 아이들을 웃게 할 산타가 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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