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매매 연예인 소식이 실린 정보지에 '민영화'라는 탤런트 이름이 올랐다. 민영화라는 이름을 가진 탤런트는 없는데 어찌된 일인가 봤더니, 성매매 연예인의 이니셜로 ㅁㅇㅎ이 지목되자 누군가가 요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민영화를 퍼뜩 떠올려 허무맹랑한 추측을 올렸고, 이것이 삽시간에 퍼져 검색순위 상위권에 한동안 머물렀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코미디인데 웃음은 안 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영화 논쟁에도 웃을 수 없는 코미디적 요소가 있다.
민영화가 대체 무슨 뜻인가. 민영화(民營化)의 사전적 의미는 관(官)에서 운영하던 기업 따위를 민간인이 경영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천공항, 철도, 병원 등의 민영화 논란이 이들의 경영을 민간에 맡겨야 할지 말지에 관한 논란이었던가. 아니다. 작금의 논란은 인천공항, 코레일 등의 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길 것인지 여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의 소유지분을 민간에게 매각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것은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소유의 문제이다.
회사의 소유와 경영은 분명히 구별되는 요소다. 물론 회사의 주주와 대표이사가 같은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주인은 주식을 가진 주주이고 대표이사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경영자일 뿐이다. 이 둘의 관계를 혼동하면 배임이니 횡령이니 하는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동산, 유가증권 등 모든 형태의 재산은 국가가 소유하는 국유,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소유하는 공유(公有), 민간인이 소유하는 사유, 이 세가지 형식뿐이다. 그런데 코레일과 인천공항의 경우 민간인에게 이들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도록 허락할지 말지 하는 논쟁인데, 그렇다면 이것은 경영을 사인에게 맡긴다는 의미의 민영화가 아니라 사인에게 소유를 허락한다는 의미의 '사유화(私有化)'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따라서 논란의 제목도 '철도사유화 논란', '인천공항사유화 논란'이라고 불러야 맞는 셈이다.
여론조사를 할 때도 '철도민영화에 동의하는가'가 아니라 '철도사유화에 동의하는가'라고 물어야 보다 정확한 질문이다. 이렇게 정확한 질문을 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철도민영화에 찬성하는가'와 '철도사유화에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과연 같을 것인가. 정답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추측건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어감이 확 다르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문제의 본질과 전혀 다른 내용의 주제어가 표제로 등장하고 틀린 주제어로 묻고 답을 구해 놓고는 여론조사결과라고 발표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코미디가 아니면 무엇이 코미디인가.
이른 바 의료민영화 논쟁은 더욱 가관이다. 우리주위의 수많은 병원들이 언제 국공유였던 적이 있었던가. 극히 일부의 국공유병원을 제외하고 이미 민간이 100% 소유하고 경영하는 병원에 웬 민영화 논란인가. 병원민영화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주주에게 수익을 배당하지 못하도록 하여 돈벌이에 치중하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현행 비영리병원제도를 주주들에게 수익배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 주주들이 이익극대화를 위해 돈벌이에 나설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영화가 아니라 병원을 영리회사로 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해야 옳다.
용어의 문제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용어는 사안을 규정하고 인상 지우는 열쇠와도 같다. 국민여론이 중요한 경우일수록 사안을 적확하게 반영하는 용어는 더욱 긴요하다.
철도나 인천공항의 사유화를 바라는 쪽에서 본질을 흐리기 위해 애매한 표현을 쓰기로 했다면 이해 가는 바가 없지 않다. 효과가 있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유화를 반대하는 쪽에서도 상대방이 만든 잘못된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의도적이든 생각이 짧았든 간에 국민을 착각에 빠뜨리는 잘못된 용어의 틀에서 속히 빠져 나와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용어로 국민여론 속에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장진영 변호사 ㆍ서강대 로스쿨 겸임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