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한 달에 맞춰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의 전투 시스템을 처음 시험하고 해경 공무선 편대를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로 보내 순항시키는 등 무력 시위를 했다.
중국 CCTV와 국제재선(國際在線) 등은 랴오닝호가 22일 처음으로 전투 시스템의 종합 연구 시험을 실시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랴오닝호는 전투 시스템의 각종 시험을 순조롭게 완료했고 이를 통해 100여개 항목의 종합 전투 능력 향상 훈련을 마쳤다고 언론들이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항을 출발한 랴오닝호는 2척의 호위함, 2척의 구축함으로 선단을 구성해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의 군항까지 간 뒤 5일부터 본격적인 남중국해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원거리 항모 훈련에는 다양한 기종의 비행기와 군함, 잠수함이 출동해 사실상 실전훈련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9월 정식 취역한 랴오닝호는 그 동안 항모의 진정한 전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항공모함과 비교해 ▦원거리 작전 수행 ▦함재기의 성능과 무장력 ▦경계정찰 등에서 큰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훈련은 랴오닝호가 전투 능력을 확인하고 진정한 항모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넓고 깊은 남중국해는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아 항공모함 훈련 등에 적합하다. 중국국가해양국도 22일 중국해경 2337호 등으로 공무선 편대를 구성해 댜오위다오 영해를 순항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랴오닝호의 전투 시스템을 시험하고 댜오위다오로 공무선 편대를 보낸 시점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한 달이 되는 때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한국의 이어도와, 일본이 관할하고 있는 댜오위다오 상공을 포함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이 강력 반발해 긴장이 고조됐으며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서로 전투기를 출동시키고 양국의 군함은 충돌 직전까지 갔다.
중화권 매체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한 달과 관련해 중국이 정세를 주도한 점을 높게 평가한 뒤 미국과 일본이 결국 현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의 대공보(大公報)는 23일 "냉전시대에 그어진 미일의 방공식별구역을 철저하게 파괴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명보(明報)는 "객관적으로 볼 때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기정사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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