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철도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만 들고 은신처로 추정된 민주노총 본부에 강제 진입한 것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성한 경찰청장 등 책임자에 대한 형사고소 방침을 밝혔다.
민변의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법률가단체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경찰이 수사 대상자가 숨어 있다는 추정만으로 남의 집 열쇠고리를 뜯고 출입문을 박살내 들어간 상황"에 비유하며 "이렇게 되면 경찰이 대한민국의 모든 장소를 체포영장 하나만 가지고 출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강제진입은 헌법의 영장주의와 주거권 보호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법률가단체들은 경찰의 불법행위로 ▦영장주의 위반 ▦비례의 원칙(수사상 강제처분은 특별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 위반 ▦불법 강제연행 등을 들었다. 이들은 민주노총이 입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이 청장과 강신명 서울경찰청장, 현장을 지휘한 남대문경찰서장 등을 직권남용ㆍ특수건조물침입ㆍ불법체포 및 감금ㆍ집회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체포영장으로 수색 가능한 범위다. 경찰은 20일 경향신문사 건물 13~16층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체포영장으로도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체포영장을 받아둔 상황에서 추가로 수색영장을 신청한 것은 체포 작전을 좀더 확실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었지 필수 절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의 주장은 다르다. 민주노총의 신인수 변호사는 "경찰의 주장처럼 체포영장만으로 수색을 할 수는 있지만 소수의 체포 대상자를 찾기 위해 5,0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강제 진입을 강행한 것은 형사소송법 119조에 규정된 비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체포영장은 범죄 혐의 여부에 관계없이 수사 단계에서 발부되는 것으로 혐의가 소명된 상태에서 집행되는 구속영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구속영장은 잠금장치 해제가 가능하지만 체포영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경찰의 강제 진입은 특수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 및 불법행위자에 대해 재산권, 불법감금, 집회의 자유 침해 등 피해를 종합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전국금속노조의 송영섭 변호사는 "일단 소장을 접수한 뒤 정확한 피해 금액을 파악하는 대로 청구 취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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