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회 연속 진출… 원정 8강 노려류현진·추신수, 야구 본고장서 맹활약프로야구 삼성, 첫 3년 연속 통합 우승박인비, 63년 만의 메이저 대회 개막 3연승김연아·이상화 내년 소치올림픽 2연패 도전
2013년 한 해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올해는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없었지만 그래도 스포츠는 가슴 벅찬 환희와 감격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평범한 일상의 오전은 메이저리거 류현진(26ㆍLA 다저스)과 추신수(31ㆍ텍사스)의 활약으로 매번 설??? 밤잠을 반납하고 봤던 축구 대표팀의 8회 연속 월드컵 진출 소식에 마냥 행복했다. 반면 농구와 씨름에서 일어난 승부 조작 사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 한해 동안 스포츠계에서 일어났던 주요 뉴스를 키워드로 살펴봤다.
금자탑
'괴물' 류현진과 '출루 머신' 추신수는 나란히 코리안 빅리거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차례 완봉승 포함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특히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에 힘을 보탠 그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역대 한국인 투수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최고의 톱타자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주요 성적은 타율 2할8푼5리 21홈런 20도루 54타점 107득점 112볼넷이다. 출루율은 4할2푼3위로 리그 2위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역대 리드오프로(톱타자)는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20(도루)-100(볼넷)-100(득점)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5툴(타격ㆍ파워ㆍ수비ㆍ송구ㆍ주루) 플레이어로 입지를 다진 추신수는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지난 22일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달러(약 1,379억3,000만원)의 잭팟을 터트렸다. 동양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고액이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지역 예선 도중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넘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최종예선에서 4승2무2패로 이란(5승1무2패)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8회 이상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여섯 번째 나라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브라질 본선은 홍명보 감독이 바통을 이어 받아 8강 진출에 도전한다.
프로야구 삼성은 사상 최초의 3년 연속 정규리그ㆍ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막판 3연승을 거둬 역전 우승을 차지한 팀은 삼성이 처음이다. 이밖에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극적인 결승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인천하
한국 낭자의 열풍은 올해도 계속됐다. '피겨 여왕' 김연아(23)는 3월17일 캐나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69.97점, 프리스케이팅 148.34점을 더해 218.31점으로 우승했다. 자신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작성한 역대 최고 기록(228.56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2009년 이후 4년 만에 이 대회 정상을 정복했다. 이후 갑작스러운 오른발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204.49점으로 우승하며 내년 소치올림픽 2연패 전망을 밝혔다.
'빙속 여제' 이상화(24ㆍ서울시청)는 올 한 해에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네 차례 세계 기록을 새로 쓰며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이 종목에서 한 선수가 내리 세계 기록을 작성한 사례는 '전설'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7연속)을 제외하면 이상화밖에 없다.
한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16·세화여고)는 월드컵 시리즈 10개 대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올 시즌 4번의 월드컵 시리즈에서 잇달아 '금빛 질주'를 이어간 심석희는 지난 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포함하면 무려 10연속 우승 레이스를 펼쳤다.
여자 골프의 박인비(25ㆍKB금융그룹)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더니 이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거푸 우승해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개막 3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또 시즌 6승을 올려 한국 선수로서는 최초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세계 여자 골프계를 평정했다.
좌불안석
올림픽 효자 종목인 레슬링은 올 한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가 다시 포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레슬링은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야구·소프트볼, 스쿼시를 따돌리고 극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얼마 전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새 체급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메달밭인 남자부 경량급이 직격탄을 맞았다. 55㎏급과 60㎏급이 그레코로만형에서는 59㎏급으로, 자유형에서는 57㎏급으로 통합되며 한국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새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은 승부 조작이 올해 프로농구와 씨름으로 번졌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3월 강동희(47) 전 프로농구 동부 감독의 승부 조작 사태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3월 승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브로커들에게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 8월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농구에 이어 민속씨름마저 승부 조작 사태로 떠들썩했다. 지난해 1월 설날 씨름대회 금강급에서 맞붙은 안태민(26), 장정일(36), 이용호(28) 등 선수 3명이 상금 중 일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했고 이 과정에서 대한씨름협회 고위 관계자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첫 공판에서 선수 3명은 혐의를 모두 시인했다. 이 에도 컬링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 획득, 역도 클럽대항 대회가 열린 평양에서 첫 애국가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게양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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