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기업은행장에 선임된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은 은행권에서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던 두 개의 벽을 한꺼번에 뛰어넘었다. 권 내정자는 우리나라 금융사상 첫 여성 은행장이자, 50년 기업은행 역사에서 두 번째 공채 출신 은행장이다. '금녀의 벽'과 '관치의 벽'을 동시에 극복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행업계의 '유리천장'을 뚫고 여성 은행장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여성 임원조차 찾아보기 힘들 만큼 남성 중심의 문화가 여전히 강한 은행업계에서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탄생한 것이다.
권 내정자는 입사 후 36년간 기업은행에 근무하며 여성 출신이 오르지 못했던 자리를 하나씩 깨며 수많은 '첫' 신화를 만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여성 출신 은행원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체감해왔다. 권 내정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상하이에 5년 간 파견을 갔던 시절이 있었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남편이 이해해주지 못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관료 출신들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쳤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금융권에는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군에 외부인사만 10여명이 올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특히 옛 재무부 출신인 이른바 '모피아'들이 잇따라 하마평에 오르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다시 관료 출신의 '낙하산'인사가 이뤄질 전망이 대세였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이전에는 기업은행은 모두 관료 출신들이 수장을 맡아왔다. 권 내정자와 함께 최종 후보군으로 좁혀진 인물들은 허경욱 전 차관과 조준희 현 행장이었다. 허 전 차관은 금융당국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조 전 행장은 연임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내정자의 선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역시 모피아 출신들의 선임을 우려하며 조 행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권 내정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몇 가지를 높게 산 것 같다"며 "앞으로 여성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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