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신생아를 불법 입양한 뒤 자신이 낳은 아들인 것처럼 속여 보험사기에 악용한 30대 주부 등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3일 미혼모로부터 신생아를 넘겨 받아, 허위 출생 신고를 한 후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사기 등)로 오모(34ㆍ여)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공모한 남편 송모(44)씨와 오씨 아버지(64), 보험설계사 이모(51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 부부는 불법 입양한 신생아 송모군 명의로 지난 4~10월 16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아이가 자꾸 구토를 한다'는 등의 거짓말로 9차례에 걸쳐 송군을 허위 입원시켜 2,4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다. 이들은 또 7세, 10세 친딸들을 사소한 질환으로 허위 입원시키는 수법으로 2007년부터 보험사 41곳으로부터 3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오씨는 올해 3월27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신생아를 키울 사람을 찾는다' 는 한 미혼모(20·대학생)의 글을 보고 연락, 출산비용 35만원을 대신 내준 뒤 4월1일 경남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송군을 건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오씨는 아버지와 보험설계사를 보증인으로 내세워 허위 출생신고를 했고, 송군 명의로 보험에 집중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송군을 친아들이라고 주장했던 오씨는 지난해 2월 셋째를 임신했을 때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던 병원 기록을 경찰이 제시하자 결국 범행을 실토했다. 오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없어 입양했고, 생활비가 부족해 보험을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씨 가족을 상대로 아기를 학대하거나 방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송군을 보호 중인 아동전문보호시설에도 구타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뢰했다. 송군을 키울 수 없어 오씨 가족에게 맡겼던 미혼모는 자신의 아들이 보험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오씨 가족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씨가 2개월쯤 보험설계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소액이라도 여러 보험사에서 동시에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에 집중 가입,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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