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볼링그린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대학 도시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직원이거나 학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교육 수준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한국 못지 않게 자식에 대한 교육 열정은 대단하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것 같아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자식 교육에 대해서는 모든 걸 ‘올인’해서 뒷바라지를 한다. 형편이 어렵고 힘들었던 1960년대에 본인들이 못 배우고 가난했던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 줄 수 없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이것이 아마도 빠른 시간 내에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원동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예체능을 하는 자식을 두었다면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를 들어 첼로를 하는 학생은 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서 첼로 레슨을 받아야 하며 연습 시간과 양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그리고 야구 선수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일반 학생들 또한 방과 후 학원 교육과 과외를 받는 것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부모님들의 최고 목표는 최고의 대학에 입학을 시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가정 경제가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막상 대학에 입학해도 거기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고 더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서 자식이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자식에게 원망이 돌아갈 수도 있다. 소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으며 노후에는 더욱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도올 김용옥 선생에 따르면 이렇게 대학에 올인 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예전 우리의 과거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과거에 합격하면 확실한 지위를 얻어 벼슬을 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시험을 볼 자격이 있는 사람은 과거에 ‘올인’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을 들어가서 졸업을 한다고 해도 취업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사회이다.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부모는 다 들어준다. 특히 교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도 역시 ‘올인’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처럼 무한적인 것이 아니라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즉 모든 것을 부모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닌 아이가 스스로 자립 할 수 있을 때 까지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3, 4세를 전후로 다양한 종류의 예체능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과연 아이들이 어떤 것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찾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 부모들의 특징은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렇게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본인의 재능과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 대학을 결정하게 되며,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집이 아닌 기숙사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대학은 본인이 장학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대학 등록금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대학 공부를 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부모와 자식간에 정이 없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대신 서로에게 짐이 되는 경우는 적다. 이렇듯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가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들이 독립해야 할 상황이 되면 냉정하게 판단해서 스스로 살아가도록 만든다. 자식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부부의 인생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 하다 보니 노후에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지면 자식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곳 부모들은 꼭 좋은 대학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정이 없을지 몰라도 서로의 인생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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