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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법관 출신 변호사 '부적절 수임'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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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법관 출신 변호사 '부적절 수임' 봐주기?

입력
2013.12.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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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재임 중 맡았던 사건의 변호를 수임했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해 논란이다. "같은 법조인 감싸기"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서울변호사협회가 23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 이 건을 정식 회부해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LG전자 왕따 사건의 피해자 정국정(50)씨가 낸 소송. 사내 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승진 누락과 왕따 메일 등의 보복을 받다 2000년 해고된 정씨는 3년 뒤 LG전자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04년 대법원에서 상고 이유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본안 심리 없이 기각돼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당시 상고심 재판부에 있었던 고현철 대법관이 2009년 퇴임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이듬해 정씨가 따로 제기한 해고 등 무효확인 민사소송에서 상대편인 LG전자의 변호인으로 버젓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자신이 판결한 것과 같은 취지의 사건에 일방 당사자의 변호인이 됐다는 얘기다. 이는 공무원 재직 시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대해 수임을 제한한 변호사법 31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정씨는 지난해 고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참여연대도 같은 지검에 별도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10월 정씨에게 7장 분량의 불기소결정서를 보내며 사건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결정서에서 "고 전 대법관이 행정소송 당시 주심이 아니었고, 대법원 한 재판부가 한해 8,000~1만여건 정도를 처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씨 사건을 기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불기소 사유를 밝혔다.

검찰의 결정에 대해 법조계에선 "변호사법이 전관예우를 금지하기 위해 수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개인의 기억 유무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유추해 판단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참여연대도 "대법관의 주관적인 기억 여부를 떠나 변호사와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이 변호사법의 취지"라며 "법조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불신을 높이는 검찰의 이번 결정은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서울고검에 즉시 항고했다. 그는 "고 전 대법관이 민사소송에서 LG전자를 대리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보면 자신이 맡았던 행정소송의 내용을 정확히 언급하고 있다"며 "변호사법 31조가 주심을 맡은 전직 대법관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 아닌 것이 자명한데도, 검찰이 멋대로 이를 축소 해석해 대법관을 감쌌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변호사협회가 진상 조사를 벌여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서울변회 집행부는 최근 고 전 대법관을 징계위에 회부했으며, 23일 열릴 징계위에 그를 직접 불러 해명을 들을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법조인이 내린 결정이라고 하기엔 검찰의 논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게 상임위 이사들의 중론"이라며 "징계 결과는 상임위 회의를 거쳐 30일쯤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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