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파인스트리트가 계열사 분리 인수뿐 아니라 패키지 인수가에서도 최고가를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우리자산운용'만 인수할 경우 최고가를 써 냈고, NH농협금융지주는 두 회사에 우리저축은행과 우리아비바생명까지 모두 합친 패키지에 최고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달랐던 것이다. 지난주 20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연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이사들 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22일 인수ㆍ합병(IB) 업계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13일 마감한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 본입찰에서 파인스트리트는 우투증권과 3개 계열사를 모두 합친 금액을 1조1,500억원으로 제시했다.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1조1,000억원, KB금융지주는 1조원에 그쳤다. 특히 농협금융이 패키지 매각 시 우리아비바생명에 대한 가격을 파인스트리트에 비해 높게 제시해, 최종적으로 회수되는 공적자금은 파인스트리트에 매각할 경우보다 700억원 이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아비바생명에 대한 인수대금의 50%는 아비바 본사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당초 파인스트리트가 우투증권과 자산운용 2개사 분리인수 시 1조2,500억원을 제시하는 등 계열사 분리 매각 시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지만, 모든 계열사를 합친 패키지 매각가는 농협보다 적게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농협이 파인스트리트보다 패키지 인수가를 100억원 더 제시했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당국이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투증권 인수는 농협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20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검토한 결과 파인스트리트가 패키지 매각가도 최고가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이사회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패키지 매각 원칙과 공적자금 최대회수 원칙을 종합하면 최고가를 써낸 파인스트리트를 우선협상자로 정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과 "파인스트리트의 자금조달 능력이 의심된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맞선 것. 파인스트리트는 자금증빙에 있어 대부분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했으나, 일부 재무적 투자자는 투자의향서(LOI)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사외이사들은 추후 헐값매각 시비에 따른 배임 등 법적인 책임을 우려하며 "자금 조달 능력이 의심된다면 가격 순서대로 1, 2순위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후, 1순위 협상자가 시간 내 자금 조달을 못하면 2순위 협상자에게 넘기자"는 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적게 써 낸 곳을 우선협상자로 정할 경우 단순히 공적자금 최대 회수 원칙에 위배되는 것뿐 아니라 일반 주주 쪽에서 이사회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논란을 거듭하던 이사회는 결국 결정을 연기했고, 24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과 관련 이해관계가 없는 한 금융권 인사는 "연기금은 원래 LOC를 써 주지 않는데, 이것 이유로 자금조달 능력을 의심한다면 농협지주에게 우투증권을 넘기려는 트집"이라면서 "사모펀드보다 농협이 매각 후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설득력이 있겠지만, 최근 당국이 ING생명을 바이아웃 펀드(나중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긴 것 때문에 그런 이유도 댈 수 없는 형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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