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정부와 노조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어제 경찰이 노조 지도부 검거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해 노조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수천 명의 병력을 동원한 경찰은 건물 유리문을 부수고 진입했고 노조원 수백 명은 물을 뿌리며 저항하는 등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노조원들은 계단마다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경찰 진입에 강력히 반발, 자칫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은 파업 종식을 위해, 또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한 불가피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철도노조 지도부가 순순히 체포에 응할 태세가 아닌 터에 노동운동의 본산인 민주노총 본부를 설립 18년 만에 최초로 강제 진입해 노동계 전체의 반발을 자극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과잉진압으로 큰 인명피해를 낸 용산참사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찰이 도가 지나친 무리수를 두지 않기만을 바란다.
강제 진압 착수로 철도파업 사태가 고비를 맞고 보니, 중재안을 비롯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정치권의 태만과 무능력이 한결 두드러진다. 새누리당은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하면서 정부의 강경 대응만 부추겼던 셈이고, 민주당도 노조 탄압이라고 반박했을 뿐 해결책이라고는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두 차례 소집된 국회 상임위도 여야 합의가 불발해 파행을 거듭했다. 국토부 장관과 코레일 사장 등 정부측 관계자들은 아예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수도권 전철과 새마을ㆍ무궁화호 운행이 크게 줄어 불편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야는 철도파업이라는 중차대한 현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 어떤 식으로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영화 금지 명문화 국회 결의안 채택은 검토할 만하다. 정치권은 민영화 논란을 불식시킬 만한 더욱 전향적인 방안으로 정부와 노조의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강경책으로 일관하지 말고 노조와의 물밑 대화를 통해 사태의 조속한 해결에 노력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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