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이나 학교 급식, 저소득층 지원용으로 쓰이는 정부 양곡 '나라미' 800여 톤이 고독성 농약으로 소독한 지 48시간도 안돼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주 등은 해당 농약으로 소독한 곡물을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반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춘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후속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나라미 843톤이 고독성 농약 에피흡(알루미늄 포스파이드)으로 훈증소독한 지 48시간 이내 방출됐다. 에피흄은 쥐·해충 방제용 맹독성 물질로 유엔환경사무국(UNEP)의 사용규제 목록에 올라 있다. 농식품부는 매년 한차례 나라미 등 정부 양곡을 에피흄으로 훈증소독하고 있다.
문제가 된 쌀은 군용(604톤)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가공용으로 132톤, 기초수급자ㆍ차상위계층ㆍ무료급식ㆍ경로당 지원 등에 100톤, 학교급식용으로 7톤이 쓰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에피흄은 휘발성이 강해 4~7일 훈증소독 후 3시간 이상 환기하면 양곡에 거의 잔류하지 않고 맛 향기 영양 등 품질에도 손상을 주지 않아 미국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호주 등 주요 국가는 에피흄으로 훈증한 지 48시간이 지나야 관련 곡물을 방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출 기준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에피흄 훈증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관련 지침 마련에 소홀한 사이 국군장병과 국민은 맹독성 농약에 노출됐다"며 "해외 주요국이 방출 기준을 둔 만큼 우리도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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