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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간판 바꿔 보려 발버둥쳤는데… '로또' 된 편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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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간판 바꿔 보려 발버둥쳤는데… '로또' 된 편입학

입력
2013.12.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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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의 사립대 국제학부 4학년인 홍지영(가명·23)씨는 서울 지역 사립대 편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다니는 학교는 지방대 중에선 경쟁률도 높고 평판도 좋은 편. 홍씨는 4년 성적우수장학금에다 각종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받으며, 토익 950점을 땄고, 컴퓨터 활용 자격증도 획득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유럽 1년 교환학생 경험도 쌓았다. 그가 교수와 학교를 '배신'하고 편입학을 결심한 것은 지난 여름 인턴사원 경험을 하면서부터다. 직장 상사는 이른바 'SKY' 출신이었다. 홍씨는 "상사의 태도가 자기 학교 출신 학생 앞에서는 확연히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영어에 자신 있어 실력 발휘를 벼르던 회사 전시회 영어 통역도 상사의 후배 몫으로 돌아갔다. 홍씨는 "저였어도 지방대 출신 인턴에게 선뜻 통역을 못 맡겼을 것"이라며 "그때부터 대학 간판에 대한 압박감과 열등감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채현수(가명·27)씨는 2년제 전문대를 다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으로 편입했고, 다시 학사편입으로 올해 서울 4년제 대학 경영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 전문대에 갔지만 군입대 후 편입을 준비했다. 그렇게 옮긴 학교도 마음에 차지 않았다. "친구도 동아리 활동도 일절 끊고 편입 공부만 했어요." 지금 대학에는 만족한다고 했다. "같은 경영학과지만 대기업 취업률도 전 학교와 비교하면 훨씬 높고, 리쿠르팅 오는 회사도 이전 학교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곳들이죠." 그는 이제 동아리에도 가입했고 연애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학 1,2학년 시절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다니다 편입재수 끝에 서울 4년제 대학에 입성한 박민지(가명·22)씨는 1학년 교양과목 대부분을 영어로만 채웠다고 말했다. 영어 비중이 큰 편입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학 가서 철학 공부를 정말 하고 싶었는데 당장 도움이 되는 건 영어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점수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 들었고, 참가비 내고 이수만 하면 학점을 주는 '수상스키'과목도 들었다고도 했다.

편입이 끝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진짜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 4년제 대학 국제통상학과로 편입학한 이영수(가명·25)씨는 학과 내 편입생 네트워크에서 편입 선배들을 만났다. 이씨는 "매년 새로운 편입생이 들어오면 선배들이 와서 편입생은 놀 시간도 없다, 3학년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 조언을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인생역전' 승부처로 불리는 편입학 문도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17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의 일반ㆍ학사편입학 모집 규모를 축소하는 '대학 편입학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편입학이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과 지방대 공동화, 수도권 대학 교육여건 악화의 원흉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올해 편입학 전형부터 대학 4학기 이상 수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편입 모집인원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실제로 편입학한 인원 역시 수도권의 경우 10% 넘게 줄었다.

2014년도 전형에서는 학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사 편입이 기존 '당해 연도 입학 정원의 5% 이내, 당해 학년 모집단위별 입학정원의 10% 이내'에서 각각 '2% 이내, 4% 이내'로 강화돼 모집인원이 60%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편입학원 관계자는 "모의고사 인원으로 대략 산출한 올해 편입 준비생은 작년 대비 40%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졸업반으로 학사편입을 준비중인 홍지영(가명)씨도 올해 학사편입 대란의 피해자. 홍씨가 응시하려던 고려대 미디어학부는 작년에 3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1명을 뽑는다.

채현수씨는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고 지방대 나와서는 서울서 취직도 안 되는 게 현실 아닌가. 대학도 사회도 바뀌지 않는데 편입학 규모만 축소하면 지방대 학생들에게 앉아서 죽으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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