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업 끝내면서 학생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내가 너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지역 문제 해결 못해서…. 그게 벌써 20년입니다."
취재 과정에 만난 지방대 교수들은 대학의 현실과 교육 현실, 또 계층ㆍ계급의 고착화와 기형적 사회 재생산 메커니즘에 부역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현실에 분노하고 자조했다.
"이 사회는 지방대생에게 루저라는 인식을 내면화하게 합니다. 점점 분노도 문제의식도 사라져가죠."그렇게 눈감고 포기해버리면 속은 편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부는 잊을 만하면 '지방 대학 육성방안'이란 걸 만들어 생색을 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1월에도 같은 이름 다를 것 없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철이 되면 또 지역거점대학이니 뭐니 하는 허황한 말의 잔치가 펼쳐질 것이다. 식상한 계획의 공허한 반복은 무능이거나 위선일 뿐이다.
이제 정부 발표에 기대를 거는 지방대도, 교수도, 학생도 드물다. 학생들이 믿는 것이 있다면 그건 정부나 정치인의 약속이 아니라 경쟁의 사다리다.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 대학입시가 마무리되는 이맘때면 지방대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학적을 옮기려는 편입학 열기로 지방 캠퍼스는 달아오르곤 한다.
올해는 그 양상도 사뭇 달라졌다. 교육부가 수도권대학 과밀화와 지방대 공동화를 막고자 올해 전형서부터 편입학 모집 규모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출구가 좁아진 만큼 불길은 더 거세졌고, 경쟁의 사다리마저 빼앗겨버린 지방 캠퍼스의 절망은 그만큼 더 깊어졌다. 기회의 박탈은 경쟁 신화를 돋우고 위계 구조를 굳히는 방책이다. 지방대 문제가 교육문제를 넘어 국가 공동체의 총체적 삶의 문제라면, 우리 사회는 지금 경쟁이라는 이름의 구조화한 절망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셈이다.
"지방대생은 구조적으로 탈락된 것이지 개별적으로 탈락된 게 아닙니다."
그 구조를 뜯어고치는 게 지방대학 육성이고, 그게 곧 정치라고 지방대인들을 말했다. 일률적 평가와 선착순 방식의 지원 또 정권의 구색용 육성방안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더디더라도 근원적으로, 지역과 지역 대학이 상생하는 해법을 달라고, 함께 모색해보자고 그들은 호소했다. 희망을 구조화하는 경쟁은 거기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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