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위원회의 안일한 일처리 탓에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금융 이사회(의장 이용만ㆍ사진)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우투증권+우리자산운용ㆍ우리아비바생명보험ㆍ우리금융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자위는 이사회에 앞서 우리금융 집행부에게 당초 입찰 원칙인 '패키지 일괄 매각 준수'를 내세우며, 사실상 NH농협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일괄 매각을 강행할 경우 추후 '헐값 매각' 시비를 우려해 결정을 연기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자위와 이사회가 의견이 맞지 않아 이번 이사회에선 우투증권 패키지 매각을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다음주 중 다시 이사회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도 잡지 못했다.
공자위의 매각방침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 이사회가 거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데, 금융가에서는 매각과정에서 공자위의 안일하고 모호한 태도가 이번 연기사태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공자위는 매각공고에서 매각방식을 '하나의 묶음 입찰 원칙'이라고 명시한 뒤 그 뒤에 '경우에 따라 생명, 자산운용, 저축은행은 개별 입찰 허용하고 묶음에서 제외'라고 덧붙인 것. 이런 모호한 규정 때문에 이사회가 패키지 전체 가격에서 최고가를 쓴 농협지주를 선뜻 우선 협상자로 결정하지 못했다. 분리해보면 우투증권은 KB금융이 최고가를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가장 높은 금액을 써냈기 때문에 농협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총 인수가격이 분리매각을 할 때보다 1,000억원 가량 낮아진다. 이사회는 농협지주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추후 배임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정이 연기되자 농협지주 측은 크게 반발했다. "우리도 우리투자증권만 고려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쓸 수 있었다"며 "매각 원칙과 기준을 지켜 최고의 가격으로 참여한 만큼 우리금융 이사회가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사회 관계자는 "일괄 매각이 원칙이지만, 공자위가 시장수요 등을 감안하면 개별 매각도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다"며 "우리금융은 정부지분만이 아닌 일반 주주들의 몫도 있는 만큼 가장 높은 가격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패키지를 해제해 분리 매각한다면, 일괄 매각 원칙을 변경했다는 전례가 남아 추후 진행될 우리은행 패키지 매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3일 본 입찰을 앞둔 우리지주 산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 경쟁 구도가 압축되고 있다. 경남은행은 기업은행, 경은사랑컨소시엄, BS금융(부산은행) 등이, 광주은행에는 신한금융, JB금융(전북은행), 광주ㆍ전남상공인연합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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