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납품 비리가 발생했던 대우조선해양에서 회사 간부와 노조원들이 납품업체와 짜고 안전보호구의 마스크필터 재고품을 빼돌려 다시 납품하도록 한 뒤 대금의 40%를 상납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사측 담당자와 간부급 노조원, 납품업체 임직원 등 8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내 보급소 담당 A씨 등 직원 5명은 2009년부터 4년에 걸쳐 회사 창고에 보관중이던 마스크필터 재고품을 빼돌려 납품업체를 통해 회사에 다시 납품하게 한 뒤 그 납품대금의 40% 상당을 상납받는 방식으로 재고품 44만9,000여개(6억1,800만원 상당)를 횡령하고, 4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안전보호구 중 마스크필터와 같은 1회성 소모품의 경우 회사에서 별도로 재고 수량을 관리하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마스크필터 납품업자가 "우리 물건을 경쟁업체보다 많이 사용해 달라"며 청탁금을 주자, 재고관리의 허점을 이용하면 더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재고품을 가져가서 신품처럼 다시 납품한 후 납품대금의 약 40%를 상납하라"고 요구했다.
보급소를 총괄 감독하는 담당자도 납품업체 관계자가 새로 납품업체를 개업하자 대우조선에 납품할 수 있게 도와준 뒤 그 업체의 총 수익 30%를 차명계좌를 이용해 매달 받는 방식으로 5년간 총 1억2,700만원을 챙겼다.
또 대우조선 B차장, C과장, 전직 노조간부 D씨 등 3명은 납품업체로부터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B차장은 2008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협력업체 4곳으로부터 5,560만원을, C과장은 2011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1억820만원을, 전직 노조간부 D씨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2개 협력업체로부터 5,65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C과장은 퇴출을 막아달라는 납품업체 이사에게 현금 3,000만원을 요구한 뒤 골프연습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돈 가방을 넣어두게 하는 방법 등으로 돈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거제 지역에서 풍문으로 나돌던 관행적 물품 횡령 비리가 드러났다"며 "회사의 물품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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