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이후 등장한 북한 신군부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숙청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장성택 처형은 신군부가 그에게 빼앗긴 경제적 이권을 탈환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조직적으로 기획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권력 정착과정에서 군부는 외화벌이 등 핵심 이권의 배분 정도에 따라 몇 단계 부침을 겪었다. 북한의 신군부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을 전후해 약진했다.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당 작전부와 35호실, 군 정찰국을 통합해 출범한 정찰총국은 그 때까지 오극렬 당 작전부장이 관장해 오던 북한의 외화벌이 및 무기수출 주도권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09년 말 당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는 화폐개혁을 단행했고 여기에는 군부의 과도한 무역활동을 제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국방위는 산하에 국가개발은행, 대풍그룹, 내각 합영투자위원회 등을 만들어 군부를 제치고 경제장악력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각종 경제기구 설립을 주도한 이가 장성택이다.
여기에 장성택은 2010년 6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회의를 통해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까지 거머쥐면서 군부의 핵심 이권사업을 대거 흡수할 수 있었다. 가령 장성택은 북한군 관련 기관에 전력, 석탄을 공급하고 해당화(해외 북한 식당) 등 막대한 이권사업을 벌이는 군 총정치국 산하 54국을 국방위에 귀속시켰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 사형 판결문에 화폐개혁 실패 책임이나 석탄 사업 비리 등이 거론된 것도 군부 입김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장성택과 신군부의 마찰은 2012년 말까지 계속됐다. 주목할 점은 군부의 이익이 침해되는 시점과 맞물려 무력도발 징후도 뚜렷해졌다는 사실이다. 군부는 2010년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를 일으켰다. 지난해 중순에는 6ㆍ28 방침(우리식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을 비롯해 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리영호 총참모장이 실각하고, 내각이 경제정책의 중추로 등장하자 그 해 말부터 장거리로켓 발사, 3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군사적 긴장 조치가 잇따랐다.
이런 맥락에서 장성택이란 맞수가 사라진 이후에도 신군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다시금 강경 도발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견지했던 장성택의 처형으로 군부 중심의 강경세력이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경제이권의 재편 과정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