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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 만만찮은 무게감의 상상력을 선명한 문장으로 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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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 만만찮은 무게감의 상상력을 선명한 문장으로 풀어내

입력
2013.12.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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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심에 올라온 그림책들은 작년과 다른 양상으로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파격적 소재, 도발적 상상력, 실험적 표현 기법 등으로 독자 대상이 모호해졌다 혹은 넓어졌다는 점이었다. 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림책은 이제 아동ㆍ청소년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적 범주로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단편의 미학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세 권의 창작집이 논의에 올라 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어른 몸을 가진 아이와 아이 몸을 가진 어른의 교류, 가방에 들어가 손만 내미는 삶을 영위하는 아버지들, 흔적 없이 함께 살다 떠난 기묘한 아이 등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긴 작은 책이지만 무게감은 만만치 않다는 평이었다. 이 작가는 인생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질문을 대단히 전복적인 상상력에 담아내고 있다. 자칫 동화적이지 않을 수 있는 세계지만, 아이들의 삶에 긴밀하게 연관된 소재와 간결하면서 선명한 문장 덕분에 동화라는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되지 않을 수 있었다. 글의 성격에 따라 작법을 각각 달리하면서 이야기의 의미를 확장시키거나 새롭게 각인시켜 주는 일러스트에 대한 감탄도 이어졌다. 이 책의 성과는 글과 그림이 함께 이루어낸 셈이다.

데뷔 이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책을 낸 이 작가의 역량은 주목할 만하다. 진지하되 무겁지 않게 아이러니, 페이소스, 유머 등을 구사하는 솜씨가 남다르다. 모든 작품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기묘한 환상성에는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이 괴물 같은 신인 작가가 우리 아동문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김서정 동화작가ㆍ중앙대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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