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 특정한 주제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써 놓고 보니 가족간의 사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그렇게 평을 해주시고요. 어떻게 보면 여러 불편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수상작 (시공주니어 발행)를 쓴 송미경(40)씨는 최근 수년 사이 국내 아동문학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2008년 첫 장편동화로 웅진주니어문학상을 받으며 혜성 같이 나타난 뒤 웅진주니어, 창비, 시공주니어, 문학동네주니어 등 굵직한 어린이 단행본 출판사를 돌아가며 연거푸 장편동화나 단편집을 냈거나 낼 예정이다.
출판사들이 이 작가를 주목하는 것은 그가 국내 아동문학계에서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방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심과 본심에서 공통적으로 어른이 보기에 얼마간 기괴하게 느껴질 법도 한 기발한 판타지 요소를 거리낌 없이 도입해 "힘 있고 주제의식도 돋보이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작가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단편동화 다섯 편을 묶은 다. 표제작은 별로 소통이 없는 5인 가족 사이에서 보이지 않지만 몰래 같이 살았던 어떤 아이가 그 집을 떠나며 남긴 노란 쪽지를 통해 가족의 이러저런 일들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그 밖에 다섯 살인 남동생이 실은 서른네 살 어른이었다는 스토리를 담은 '어른 동생', 태어난 것인지 태어나지 않은 것인지 아리송한 아기 이야기 '없는 나',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도외시한 채 어른의 욕심과 필요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아이가 등장하는 '귀여웠던 로라는', 현대 가족의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여행가방 속에 갇혀 나오지 않는 인간으로 은유한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를 담았다.
그는 "완전히 판타지의 공간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환상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며 자신의 이야기가 다소 기괴해 보이는 것은 "모든 게 과장되고 신비롭고 낯설고 때로 공포스럽기도 한 어린이들의 그런 낯설음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문학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 쓰기를 좋아했고 "20대 후반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있다"는 그는 아이 셋을 낳은 뒤 정말 문득 떠오른 이야기로 동화 한 편을 써 상까지 받았다. 그 뒤 대학원 문창과를 다니며 공부를 했지만 작가는 자신이 여전히 다듬어진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럴까. 창작의 과정이 왠지 더없이 자유로워 보인다. "어떤 부분이 떠오르면 그것을 붙잡고 상상을 해봅니다. 그 상상을 따라가는 거죠. 엉뚱해도 내버려둡니다. 쓰고 싶은 것들을 글로 옮깁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 현실과 판타지가 경계 없이 어우러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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