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눈이 제법 실하게 내리는 것 같다. 서울의 경우 11월 하순에 첫눈이 오더니, 벌써 너댓 번 하얀 눈발이 거리를 덮었다. 오늘도 출근하기 위해 문 밖을 나서니 계단과 골목에 떡가루 같은 눈이 뿌려져 있다.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여러 주택가 골목을 지나게 되어 있다. 말끔하게 눈을 쓸어놓은 골목도 있지만 어떤 골목은 계속 내린 눈이 덕지덕지 얼어붙어 있다. 그런 골목을 지날 때는 나도 모르게 무릎과 발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아직 젊은 나도 조심스러운데, 노약자들은 오죽할까. 내 집 앞의 눈을 쓰는 것이 조례 같은 걸로 지정됐다는 얘길 들은 적 있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도시에서 내 집 앞 골목 정도는 알아서 쓸어주는 게 도리일 것이다.
어렸을 때 생각을 잠시 해본다. 눈이 내리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빗자루와 눈삽 등을 들고 나와 눈을 쓸었다. 그 시절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들과 함께 눈을 쓸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같은 것을 배웠다. 그것이 미풍 양속이었다.
고백을 하자면 나 역시 내 집 앞의 눈을 제대로 쓸지 못한다. 눈을 쓸려고 마음 먹고 나가보면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 앞집 할아버지가 이미 쓸고 난 뒤가 대부분이다. 다음엔 할아버지보다 내가 먼저 쓸고 말 거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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