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대 탈세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78) 효성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병원에 입원한 후 수시로 외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은 입원 기간 중 골프장을 찾는가 하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차 입원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였다. 검찰은 조 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19일 검찰이 확보한 서울대병원 간호일지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0월 초부터 2주 정도 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조 회장은 이 기간 중 거의 매일 외출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10월 13일에는 효성그룹 계열인 경기 이천의 W골프장에 임원들과 함께 간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지난 9월 말 조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10월 1일 이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했다. 조 회장이 입원한 시기는 국세청 고발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이었다.
조 회장은 10월 중순 퇴원한 후 10월 30일 다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조 회장은 당시 건강 상의 이유 등을 내세워 국회에 사유서를 제출하고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국감 증인 출석을 피하기 위해 입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그는 11월 14일까지 2차 입원기간 중 국감 출석일이었던 11월 1일 병원에 머물렀을 뿐 다른 날에는 대부분 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효성그룹은 그동안 "조 회장이 지병인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세로 입원했다"고 밝혀왔다.
조 회장은 소환 조사가 임박한 이달 5일 다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이어 입원 상태에서 지난 10, 11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13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18일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010년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후 2011년 2월부터 2년 8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통해 조 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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