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과 대선 기간 동안 정치 관련 글을 올린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 11명이 정치 관여 행위를 한 것으로 국방부 조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대선 개입 의도는 없었고 '윗선'의 지시 없이 3급 군무원인 사이버사령부 530단(심리전단) 단장이 주도했다는 결론이어서 야당 등에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백낙종(육군 소장)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19일 사이버사령부 정치 개입 의혹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해 이모 심리전단장과 요원 10명 등 11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 외에 군무원 4명, 현역 군 간부 6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단장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고 다른 10명은 이번 주 중 넘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의 경우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 및 형법상 직권남용과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돼 형사 입건과 함께 직위 해제됐고, 요원 10명에겐 정치관여 혐의만 적용됐다.
백 본부장에 따르면 이 단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천안함 폭침, 제주해군기지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한 대남 사이버 심리전 대응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는 지나친 지시를 했다. 또 인터넷 계정에 정치 관련 글 351건을 직접 올리고 다른 요원들이 활용토록 유도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서버에 저장된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심리전단 요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올린 글은 총 28만6,000여건으로 이 가운데 1만5,000여건이 정치 관련 글이었고, 2,100여건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언급됐다.
그러나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사이버사령관)과 옥도경 현 사령관의 지시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는 없었다고 조사본부는 결론내렸다. 백 본부장은 "압수수색, 관련자 통화 내역 및 이메일 조회, 소환 조사 등은 물론 국정원 요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아이디 650여개와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아이디를 대상으로 사회관계망 분석까지 했으나 지시 관계나 연계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현직 사령관에 대해선 NLL 등 심리전 대응 작전 결과 보고에 정치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하고 정치 관여 행위를 예방하지 못한 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문책을 검토 중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당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진상조사단'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당하고 뻔뻔스러운 수사 결과"라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사퇴와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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