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영화 논쟁이 화두다.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민영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코레일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대학가와 SNS에서는 철도 민영화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공영화와 민영화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 속에서 최근 들어 가세한 쟁점이 있다. 이른바 '스포츠토토'로 불리는 체육진흥투표권 위탁운영사업의 체육진흥공단 직영화 논쟁이 그것이다.
지난해 스포츠토토의 운영사업자인 오리온 그룹의 횡령 및 배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스포츠토토사업의 공단 직영화를 골자로 하는'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은 공단의 이러한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회는 지난 4월과 7월, 9월 3차례에 걸쳐 공단 직영화에 관한 법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말 회기 마감을 앞두고 다시 심의 대상으로 올려놓은 상태이다.
체육진흥공단은 민간 기업에 위탁 운영을 맡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리 재발 가능성'을 공영화 필요성의 핵심적 논거로 삼고 있다. 공단 직영화로 수익이 낮아 질 것이라는 점에는 크게 주안(主眼)을 두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스포츠토토 사업은 국내 총 체육 예산 8,700억원의 80%에 달하는 기금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정도면 국내 스포츠 산업의 시드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데도 말이다.
특성상 스포츠토토 사업은 전국 단위의 시스템 네트워크와 높은 기술력, 운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창의성과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는 공단이 직접 운영할 경우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크다.
공단 직영화에 따라 영세 소매점들의 수익이 동반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6,500여개의 스포츠토토 판매점이 있으며, 공단 직영화는 이들의 생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현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타당성을 검토한 후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최근 전국토토판매점협회(전토협)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단 직영화에 대해 전체 판매점주들의 91.2% 가량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단이 직접 운영할 경우 자신들의 수익이 감소할 것임을 미리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관련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영국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민간 사업 운영자들이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탁사업자의 비리로 고충을 겪었던 공단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탓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공단 직영화가 기존 위탁운영 사업자의 비리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법일 수는 없다.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다른 사행성 사업이 반드시 투명하고 깨끗하게 운영됐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운영권자가 민간이냐 정부냐를 떠나서 투명하고 신뢰받을 만한 도덕적 자질을 갖추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포츠토토 사업은 투명성과 도덕성 확보뿐만 아니라 수익 창출과 사업 성장을 위한 효율적 관리에도 주안을 두어야 한다. 적지 않은 국민체육진흥 예산이 스포츠토토를 통해 마련되는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단은 자신들 밥그릇 키우기로 비춰지는 공단 직영화에 집착하기 보다는 오히려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올바른 사업자를 찾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설익은 공단 직영으로 국내 스포츠 산업의 발전과 스포츠계의 지원 기반이 되는 스포츠토토의 성장 가능성을 훼손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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