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을 향한 인적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여권 내 계파 갈등의 서막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18일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물었을 때 집권 1년간 잘했다고 할 게 과연 뭐가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집권 1년을 평가해서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고 자리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물러나야 한다"며 당정청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촉구했다. 당 안팎에선 권력 전횡 논란이 일고 있는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당내 친박계 핵심인사들, 자질 문제가 불거진 일부 장관들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이 의원은 또 "당도 국정원 댓글이나 대화록ㆍ이석기ㆍ장성택 등 청와대ㆍ국정원ㆍ검찰 등에서 만들어진 이슈에 달려들었을 뿐 스스로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진 못했다"면서 "이래 놓고 우리가 안정적인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 내부도 뭔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우리는 아무 변동도 없이 맨날 정쟁의 요인을 야당과 외부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사실상 친박 주류를 겨냥했다.
7선의 정몽준 최고위원도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된다"면서 "국민들은 정치 불신의 책임을 결국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ㆍ여당에게 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17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사민당과의 연정을 성사시켰고 정치적 경쟁자를 내각에 기용한 것 등을 언급한 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역시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년을 맞아 그간 침묵해온 비주류 중진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물갈이까지 촉구한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선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수도권 재선의원은 "계파 갈등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가선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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