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은 17일(현지시간) "북한은 불안정이 높아질 경우 외부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으로 내부를 관리해왔다"며 "한미 양국이 연합방위태세를 확고히 하고 대북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 백악관ㆍ국무부ㆍ국방부의 주요 인사들과 만난 뒤 가진 워싱턴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미연합방위력은 현재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만약 (북한 도발) 사태가 진전된다면 필요한 조치가 보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그러면서도 "장성택 처형의 정확한 영향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한미 당국은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대북 억지력 확보와 관련해 "한미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양국 군 당국은 북한군 동태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공유하면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북한이 정세 흐름상 '도발의 사이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괌에 배치된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최근 북한 정찰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급변 사태 대비책과 관련해 "역대 정부가 그랬듯 우리는 항상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백악관이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비판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비유한 것은 '도덕적 반응'"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향후 대북 대응책과 관련해 "당장 대북 압박을 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며 "결론을 빨리 내리고 행동하기보다 북한의 시그널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금 당장은 대화가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북핵 문제를 그냥 흘러가게 둘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매력 공세를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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