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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9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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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9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입력
2013.12.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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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주도 하에 이뤄진 장성택 숙청으로 연일 우리 사회가 뜨겁다. 장성택 사건을 정리하면 대략 세 가지다. 장성택을 따르는 무리들이 많아지고 2인자에게 힘이 쏠리는 것에 대한 김정은의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이 그 첫 번째다. 3대세습 안착이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둘째, 경제정책 실패다. 북한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을 통해 장성택 사건의 본질을 은연 중 드러냈다. 판결문에는 장성택과 그 일당들이 행정조직, 무역 및 외화벌이, 평양시 건설, 지하자원 등 모든 알짜배기 이권 사업에 관여해 국가경제에 큰 혼란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이면에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렇다 할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국정기조로 내세운 핵ㆍ경제 병진노선의 성공여부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핵개발이 체제보위수단으로 기능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된지 오래다. 천문학적인 핵개발 비용뿐 아니라 경제제재 현실은 냉엄하다. 중국도 핵실험 이후 계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핵보유국 달성 주장에도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유치 등을 하고 있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지금처럼 자원을 팔아 원유와 생필품을 조달하는 불균형적인 무역구조로는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강성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

마지막은 이번 장성택 사건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군부다. 김정은은 정치주도권과 이권사업 다툼에서 군부의 손을 들어줬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해임 이후 찌그러졌던 군부는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그 다음 타깃이 군 쪽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쨌든 김정은은 로열패밀리도 처형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줌으로써 유일체제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김정은은 이제 장성택 처형 과정의 모든 과실과 함께 모든 부담을 혼자 짊어지게 됐다. 군부는 핵개발과 더불어 더욱 강경한 대외정책을 김정은에게 요구할 것이다. 대외정책의 경직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또 김정은의 즉흥적 판단에 따라 냉ㆍ온탕을 반복하는 주기도 빨라질 것이다. 모든 부담을 짊어지는 과정에서 또 다른 희생양이 발생될 수도 있고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심화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어떠한가. 미국과 중국은 동북아 정세변화와 강대국 논리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정책과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자신들을 압박ㆍ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과정에서 보듯, 중일 갈등은 이러한 헤게모니 싸움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한반도와 북한문제는 미중이 갈등 혹은 협력할 수 있는 카드로서 활용되고 있다. 여전히 강대국들은 남북 분단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연결시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강대국간 싸움에서 우리 외교는 어느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축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더욱 요구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관계가 어떻게든 풀려서 기존의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이 중국을 압박하는 기제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도 대(對) 한반도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북한만을 바라보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가치는 북한의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달리 보면 우리 외교의 도전이자 기회인 셈이다. 남북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큰 틀에서 한반도 행위자의 발판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뒤늦게나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설조직화를 결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새로 생기는 NSC 상설조직은 지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국가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거시적 안목에서 통일ㆍ외교ㆍ안보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무슨 일이 터지면 뒤늦게 수습하는 수동적인 외교비전으로는 급변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또 강대국 논리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남북관계의 단계적 진전이 필요하다.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장성택 사건의 실체를 분석하는 한편, 우리가 나아갈 비전과 추진계획을 구성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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